예술정원으로 변신한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한경DB
예술정원으로 변신한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한경DB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의 모든 지하철역에서 광고를 없애고 예술작품으로 대체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박 시장은 1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8 사회문제해결디자인 국제포럼’에서 한 기조연설에서 “앞으로 모든 지하철역의 광고를 끊고 예술역으로 바꾸려고 논의하고 있다”며 “공공 공간을 미술관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하철 1~8호선 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교통공사는 상업광고 없는 지하철역을 2022년까지 40곳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11월 밝혔다. 시청역·성수역·경복궁역·안국역 등 10곳이 우선 적용 대상이다. 이런 기존 계획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박 시장의 구상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2022년까지 맺어진 광고계약이 있어 당장 실현하기는 어렵다”며 “서울시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523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광고 수익은 445억원이었다.

박 시장은 예술작품으로 상업광고를 대신하는 ‘예술역’의 모범사례로 우이신설선을 들었다. 그는 “성형 광고 같은 상업광고 때문에 시민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시민들을 위해 우이신설선 광고 수익 35억원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개통한 우이신설선의 순손실액은 약 144억원 수준이다. 우이신설선은 이미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출자사들이 대신 자금을 지원해 채무 부족분을 충당해주는 자금보충약정(CDS) 이행을 신청해 22억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현재 760억원 규모인 CDS가 고갈되면 우이신설선은 파산 위기에 빠진다.

박 시장은 지난해 9월 우이신설선 개통식 당시에도 “온갖 상업광고로 연간 35억원의 이득을 얻었지만 서울시가 재정을 투입해 문화·예술광고로 채울 것”이라며 “35억원을 포기하고 3500억원의 가치를 얻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행사에서 범죄예방디자인을 적용한 염리동 프로젝트 등 서울시의 사회문제해결 디자인 사례를 소개했다. 사회문제해결 디자인은 디자인을 통해 범죄·학교폭력 등 사회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뜻한다. 박 시장은 “여러 영역에서 디자인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