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까지 규제는 '주거 사다리' 하향이동 초래"
2017년 5월. 인수위원회를 갖출 여유조차 없이 1700만 촛불의 지원을 받으며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시장 과열로 몹시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 출범한 지 1년 하고 4개월여 만에 벌써 8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다는 건 옳은 일이다. 하지만 시장 현상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이론에 얽매인 정책만을 고집한다면 다시 추가 대책을 발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경제 규모는 비약적으로 커졌다. 자연스레 유동성 또한 늘어났다. 시장과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변화 없이 그대로다. 10여 년 전 시장에 적용했다가 역효과를 일으켜 사상 초유의 가격 상승을 일으켰던 그 정책이다.

‘9·13 부동산대책’은 세금과 금융, 공급이라는 확실한 테마를 갖고 있다. 정책이 시장에 잘 스며들어 제대로 작용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의 시각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부동산을 규제하는 건 누구나 평등하고 부담 없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게 하는 주거안정화를 꾀하는 것이다. 꾸준한 자산 증식을 통해 서민이 중산층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위함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선 1주택자까지 옥죄기 시작했다. 일시적 1가구 2주택 기간을 2년으로 줄이면서 2012년 이전 수준으로 환원했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율도 올렸다. 세금을 내기 싫거나 낼 돈이 없다면 집을 줄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주거 사다리를 통항 상향 이동이 아니라 하향 이동을 하라는 것이다.

민간임대사업자들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혜택마저 줄였다. 공공에서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아직 전체 임대주택 시장의 5%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앞으로 조정대상지역에서 임대주택으로 등록한다고 해도 임대사업자들이 볼 수 있는 혜택은 없다. 가장 많은 수요자가 움직이는 시장에서 정부를 대신해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주요 공급처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내 집 마련은 자산 형성에 있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하는 수단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지는 화폐가치를 누구보다 잘 보전해 주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내걸고 경제 성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장을 한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유동성을 키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화폐의 양이 매우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화폐의 양이 늘어날수록 화폐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왜 그런지 이론적 논리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지갑 속에 있는 1만원짜리 지폐로 할 수 있는 게 어떤 것들이 있는지 10년 전과 비교해서 생각해 보면 된다.

정책의 혼돈 속에서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복잡한 셈법이 새롭게 시작될 것이다. 당분간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늘어난 세금은 항상 주택 가격에 반영된다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다. 세금 부담이 어디로 전가될지 생각해 볼 부분이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규제에 의해서는 시장을 조절할 수 없다는 경험을 했다. 정부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는 있지만, 안정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요자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지역과 조건에 맞는 적절한 공급이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 시장의 반응에 따라 다시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새로운 대책을 꺼낼 때는 예전과 달리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갖추고 있는 부동산시장 참여자들의 수준도 고려해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국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주거 안정을 위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칼날이 돼 돌아오는 상황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