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지노 시장이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 막혀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일본·필리핀·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이 정부 차원에서 카지노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오히려 사업 면허를 5년 단위로 갱신토록 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카지노 규제 중 하나가 내국인 출입 금지 조항이다. 관광진흥법상 내국인은 카지노 사업장 입장이 불가능하다.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은 강원랜드뿐이다. 한국 카지노업관광협회에 따르면 2016년 미국 카지노산업 매출은 700억달러, 마카오는 270억달러, 호주는 41억달러였다. 반면 같은 해 한국의 카지노 수입은 25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日, 카지노 허용 '관광 잭팟' 노리는데… 韓은 없는 규제도 만들어
日 카지노 설립되면 ‘국부 유출’ 가능성

이웃 일본은 지난 7월 오픈 카지노(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 설립을 허용하는 ‘카지노복합리조트(integrated resort) 시행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본은 이미 MGM, 윈그룹 등이 4년 전부터 도쿄 현지에 태스크포스(TF)팀을 갖추고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2위 카지노 운영회사 미국 MGM 리조트는 일본 복합리조트사업에 5000억~1조엔(약 5조~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일본이 대형 카지노복합리조트를 건설함에 따라 외국 관광객들이 상대적으로 복합리조트 규모가 작은 한국보다는 일본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일본을 방문하는 연간 700만 명의 한국 관광객 가운데 최소 20% 정도만 2025년 오픈 예정인 일본 카지노를 출입하더라도 막대한 ‘국부 유출’이 우려된다.

내국인 카지노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영종도에 건설되고 있는 외국인 전용 복합리조트를 구상하는 단계에서 윈이나 MGM 등 세계적 카지노사에서는 오픈 카지노를 전제로 2조~10조원을 투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적 정서를 이유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만 두 군데 허용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나마 2021년 완공 목표로 외국인 전용 복합리조트를 짓고 있는 MGE(Mohegan Gaming&Entertainment)와 시저스코리아(알에프씨지코리아, 옛 LOCZ코리아)도 공동 사업자가 이탈하거나 자금 문제로 난항을 겪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 관광객이 줄어 복합리조트가 문을 열어도 사업 전망이 밝지 않을 전망이다.

김진표 의원 등 정치권도 허용 주장

정치권에서도 카지노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이자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지낸 김진표 의원이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주와 영종도에 내국인 카지노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제주와 영종도의 카지노가 외국인 출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입장료를 최소 20만~30만원 받으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민의당 시절인 2016년 8월 새만금에 제2의 내국인 카지노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내국인 카지노 관련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등은 부산 북항 복합리조트에 싱가포르 수준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오픈 카지노에 대한 찬성률이 74%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관광 일자리 창출 차원서 재조명해야

하지만 내국인 카지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여전하다. 시민단체들은 내국인 카지노를 더 허용하면 전 지역에서 도박중독자를 양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강원 정선, 태백 등 폐광 지역에서도 내국인 카지노 추가 허용에 대해 폐광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박중독은 내국인 이용 제한에 관한 허술한 규제 때문”이라며 “도박 예방 프로그램 도입 등을 통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기찬 가톨릭대 관광학과 교수는 “보수적인 싱가포르가 내국인 카지노를 허용한 사례를 보면 병적 도박자 비율이나 범죄율 등이 복합리조트 개발 이전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제 회생, 관광 일자리 창출 등 차원에서 오픈 카지노를 새롭게 조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