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사진으로 재구성한 기억의 흔적
날카롭게 각진 건물들이 얽히고설켜 있다. 건물의 밝은 벽체와 음영이 뒤섞여 차갑고 복잡한 느낌이 묻어나온다. 추상화 같기도 한 이 장면은 사진가 김수길 씨의 ‘시간 지우기’ 시리즈의 하나인 ‘학교이데아’란 작품인데, 한 학교의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찍은 뒤 그 사진들을 한 프레임에 모아놓은 것이다.

김씨의 기억 속 학교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곳이 아니다. 반복되는 학습과 치열한 경쟁만 남은 공간이다. 김씨는 이런 방식으로 한 피사체 또는 장소를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차례 촬영한 뒤 그 사진들을 재료로 하나의 사진을 만든다. 그렇게 나온 작품엔 피사체에 대한 작가의 기억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평론가는 김씨의 작품을 ‘큐픽’이라 불렀다. 미술의 큐비즘(입체파)과 사진을 합친 말이다. (갤러리나우 21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