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환(왼쪽부터), 김원태, 신명진 김기사컴퍼니 공동대표가 지난 8일 경기 성남 판교에 있는 워크앤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박종환(왼쪽부터), 김원태, 신명진 김기사컴퍼니 공동대표가 지난 8일 경기 성남 판교에 있는 워크앤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우린 같이 있을 때 너무 편해요. 오래 떨어져 있으면 불안하고.”

동업하다 갈라서는 친구들이 많다던데, 이 경상도 사나이들은 여전히 끈끈했다. ‘국민 내비게이션’ 김기사의 공동창업자인 박종환·김원태·신명진 씨. 2015년 626억원을 받고 카카오에 김기사를 팔면서 ‘창업 성공신화’로 화제를 뿌렸던 팀이다.

김기사는 이후 카카오내비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카카오의 각종 교통 서비스에 이식돼 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업계에서 성공적인 인수합병(M&A)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이유다.

카카오내비(오른쪽)로 바뀐 김기사앱
카카오내비(오른쪽)로 바뀐 김기사앱
이들 3인방은 올초 카카오를 퇴사한 뒤 4월 김기사컴퍼니라는 회사를 차렸다. 세 명 모두 공동대표 타이틀을 달고 있다. 김기사컴퍼니의 목표는 ‘제2의 김기사’가 될 스타트업을 키우는 것. 유망한 초기 벤처에는 직접 투자도 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공유오피스 사업을 하던 건축가 김상혁 아라테크놀로지 대표와 합작사를 설립해 경기 성남 판교역 인근에 4000㎡ 규모의 공유오피스 ‘워크앤올’을 열었다. 박 대표는 “창업 당시 도움을 청할 선배를 만나기 너무 어려웠던 게 가장 힘들었다”며 “성공 사례를 만든 경험을 후배들과 나눌 수 있는 멘토링 공간을 꾸미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매일 워크앤올에 상주하며 입주 스타트업이 부탁할 때마다 회의에 참석해 조언한다. 자신들의 인맥을 활용해 투자자와 개발자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신 대표는 “올해 열 군데 스타트업을 선정해 업무 공간과 멘토링을 제공하고 성과가 좋은 업체에는 초기 투자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도심에서 확장 중인 주요 공유오피스 업체와 달리 워크앤올은 판교를 거점으로 삼았다. 정보기술(IT) 대기업이 많은 판교의 입지적 특성이 스타트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박 대표는 판교의 장점으로 ‘육식동물(M&A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많다는 점을 꼽았다.

“우리와 인연이 닿은 스타트업들이 판교의 유명 IT기업과 협업하거나 투자받을 기회를 많이 주선할 생각입니다. 생명체는 잡아먹히면 안 되지만, 벤처 생태계에선 잡아먹힐 확률을 높이는 게 좋은 겁니다.”

김기사에는 카카오 외에도 여러 IT기업이 M&A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비싸게 팔 수 있었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카카오와 우리 팀 모두에게 성공적인 M&A였다”며 “후회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기사의 후신(後身)인 카카오내비가 카카오에서 ‘없어선 안 될 서비스’로 알차게 쓰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최근엔 구글의 차량정보 서비스 ‘안드로이드 오토’에도 들어갔다. 김 대표는 “돈을 더 받았다고 해도 서비스가 전혀 활용되지 못하고 죽어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했다.

김기사 이후 3년 넘도록 스타트업의 대형 M&A 사례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 데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을 인수한 회사가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는데 규제 탓에 확장이 어려운 게 문제”라며 “스타트업 투자를 위축시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해 돈을 잘 벌고 있는 것과 너무 비교된다”며 “국내에선 뭘 하려면 다 규제고, 너무 어렵다”고 했다.

이들은 당분간 새로운 IT 서비스를 직접 개발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후배 창업자와 매일 머리를 맞대는 ‘멘토’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거창한 행사나 교육 과정보다 스타트업이 어려워하는 것을 함께 고민하는 게 진짜 멘토링”이라며 “우리가 정답을 줄 수는 없지만 과거 경험을 토대로 참고할 것들을 최대한 짚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경영자가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묻자 ‘계약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신 대표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어설프게 합의하고 일하다 피해 보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경영자로서 직원과 회사를 지키려면 계약서를 쓸 때 주변의 창업 선배나 변호사 등에게 반드시 컨설팅을 받고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