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외부 충격에 취약한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실수로 땅에 떨어뜨리면 십중팔구 유리 액정에 금이 간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날렵한 디자인의 스마트폰을 투박한 고무 케이스로 보호하고 다니는 소비자가 많은 이유다.

하지만 최근 개발된 유리 소재들은 강도가 만만치 않다. 연말부터 상용화될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차세대 유리 소재는 1m 높이에서 표면이 거친 땅바닥에 떨어뜨리는 실험을 평균 열다섯 번 견뎌낼 만큼 튼튼하다.

‘고릴라 글래스 6’가 외부 충격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코닝 엔지니어가 시연하고 있다. /코닝 제공
‘고릴라 글래스 6’가 외부 충격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코닝 엔지니어가 시연하고 있다. /코닝 제공
산업용 유리 제조업체 코닝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 있는 코닝 테크놀로지센터 실리콘밸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차세대 스마트폰 유리 소재인 ‘코닝 고릴라 글래스 6’를 공개했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있을 때 손이 위치하는 1m 높이에서 떨어뜨렸을 때를 가정해 유리가 파손될 확률을 최소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년 전 선보인 ‘고릴라 글래스 5’보다 두 배 이상 견고해졌다. 고릴라 글래스 5는 1m 낙하 실험에서 평균 7회를 버텼다.

존 베인 코닝 특수소재사업부 총괄책임자(부사장)는 “유리의 단점인 강도 문제가 점차 해결되고 있다”며 “유리 소재를 활용해 만든 스마트 기기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개발된 고릴라 글래스 6를 채용한 스마트폰의 출시 시기는 올해 말로 예상했다.

웨어러블 기기를 겨냥해 만든 ‘고릴라 글래스 DX’와 ‘고릴라 글래스 DX 플러스’도 이날 첫선을 보였다. 빛을 반사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키는 게 DX 제품군의 특징이다. 일반 유리와 비교하면 표면 반사가 75% 줄었다. 유리가 빛을 반사하지 않으면 적은 빛으로도 화면이 또렷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 DX와 DX 플러스의 차이는 스크래치 내구성이다. 잔 기스에 강한 유리를 원하는 거래처를 겨냥해 강도를 개선한 제품을 함께 내놓았다고 코닝은 설명했다.

코닝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외관을 플라스틱에서 유리로 바꿔놓은 기업으로 꼽힌다. ‘고릴라’ 브랜드는 애플이 아이폰 시리즈를 처음으로 내놓은 2007년 만들어졌다. 이후 세계 45개 이상의 브랜드에 채택돼 60억 대 이상의 기기에 적용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등이 내놓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엔 100% 고릴라 시리즈가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유리 소재를 채택하는 스마트폰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선충전이 쉬운 데다 데이터 수신 감도도 금속 소재보다 높기 때문이다. 무선충전기와 5세대(5G) 이동통신이 일반화하면 유리 이외의 소재를 쓰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니베일=송형석 특파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