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주유·식사·샤워 '앱 예약'… 고속道 휴게소의 '디지털 혁신'
전통 산업에서 첨단 서비스업까지 어떤 산업도 디지털 기술 혁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변화에 대표적 아날로그 사업인 고속도로 휴게소가 디지털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 휴게소 750곳을 운영하는 파일럿 플라잉J(PFJ)는 디지털 유통기업과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됐다. 신속하고 매끄러운 아날로그 및 디지털 경험을 단골인 장거리 트럭 및 자동차 운전자에게 자연스럽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모빌리티와 개인화 등에 주목하고 있다. 이 업체는 매일 150만 명가량의 고객이 다양한 서비스를 편리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 중이다.

PFJ의 핵심 전략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경험을 고객에 따라 개인화하고 서로 연결하는 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PFJ의 최고정보책임자(CIO)와 최고전략책임자(CSO)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휴게소를 찾는 고객과 승객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자연스러운 연결 서비스를 통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트럭 운전자 및 다양한 관광객과 1 대 1 관계를 구축하는 일은 그냥 지나가는 일회성 고객을 상대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이 기업에는 언뜻 맞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대다수 트럭 운전자와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므로 이를 이용해 각종 유틸리티를 디지털 방식으로 구입하려는 점에 주목했다. 예컨대 샤워나 주차 공간 예약, 주유, 식사 주문 같은 것이다.

최근 KPMG CIO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고객 중심형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높은 수익성을 낼 확률이 38% 이상이다. PFJ에 장거리 운전자는 특히 중요한 고객이다.

PFJ는 트럭 운전자가 자사 여행센터에 있는 7만 곳의 주차 공간 어디든지 사전 예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들 중 300곳에는 주차 공간마다 비컨이 있어 PFJ의 마이파일럿 앱(응용프로그램) 이용자에게 빈 주차 공간을 알려준다. 이른바 ‘스마트 주차’다. 또한 트럭 운전자는 스마트폰에서 마이파일럿 앱에 접속해 긴 줄에서 오래 기다려야 하는 샤워 서비스도 예약할 수 있다.

트럭 운전자가 주유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지만, 이제는 마이파일럿 앱을 통해 선택한 결제 카드를 앱에 등록하고 주유할 수 있다. 주유기를 사전에 예약하고 승인받으면 디젤 호스를 탱크에 넣고 바로 주유를 시작할 수 있어 트럭 운전자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PFJ는 마이파일럿 앱 이용자가 자사 소매 매장에서 스낵, 음료 등으로 교환할 수 있는 멤버십 포인트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웬디스, 서브웨이, KFC, 시나봉 등 400곳 이상의 레스토랑 메뉴를 기초로 개인화 가능한 식사 추천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고객의 구매 이력을 이용해 개인화된 서비스를 마이파일럿 앱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이 밖에 뉘앙스사의 음성 대응 소프트웨어를 콜센터에 추가해 매달 6만5000건의 수신 전화를 처리는 방법을 개선 중이다.

PFJ 사례의 핵심은 사고방식의 전환을 통해 전통적인 사업모델인 고속도로 휴게소에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고 고객과 연결함으로써 주차 예약부터 식사 주문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토록 한 것이다. 국내 휴게소 체인도 이를 벤치마킹한다면 디지털 소매업체로 유연하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김성훈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