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근의 데스크 시각] 외국인 관광객이 밀어올린 日 땅값
올해 일본 전국 평균 공시지가가 0.7% 상승하면서 3년 연속 올랐다. 3년 연속 상승한 것은 버블 붕괴를 앞둔 1992년 이후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선 ‘일본형 부동산 대폭락’이 오느냐 마느냐는 철 지난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일본에선 전혀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일본 공시지가가 오른 이유다. 국토교통성은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게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풀이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한 호텔 점포 등의 수요가 늘면서 공시지가가 올랐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869만 명을 기록했다. 2011년만 해도 662만 명에 불과했다. 매년 20%씩 늘어나는 추세다.

어떻게 차별화되고 있나

지방 공시지가가 더 오른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교토 상업지역 공시지가 상승률은 도쿄 23구 상업지역 공시지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대도시권보다 삿포로 센다이 히로시마 후쿠오카 등 4대 중핵도시 공시지가가 더 많이 올랐다.

주택지 공시지가 상승률 1~3위도 모두 굿찬초 등 홋카이도 내 리조트 밀집지역이 휩쓸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지방 도시까지 찾아다니다 보니 지방 땅값도 수혜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20년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던 ‘자산 디플레이션’ 현상이 해소되고 있다”며 반기고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일본 부동산이 잘나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 등 대도시 외곽의 40년 이상 된 노후 공동주택 밀집지역 지가는 최근 10년간 9% 떨어졌다. 우리나라 대도시 외곽에 지어진 신도시 아파트값이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사람이 살기 불편할 정도로 노후화됐지만 수익성 부족으로 재건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국도 외국인 끌어들여야

전국 빈집도 800만 채에 달한다. 심지어 도쿄 등 대도시 외곽에도 빈집이 생겨나고 있다. 주인 없는 땅은 서울의 67배에 육박한다. 후손들이 상속을 포기하면서 방치한 지 오래돼 주인을 알 수 없게 된 땅이다. 산업 구조 변화에 따라 극심한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은 해석한다.

차별화에도 불구하고 전체 평균 공시지가가 올랐다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 파워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 먹을 곳, 잘 곳, 살 곳 등에 대한 공간 수요도 그만큼 늘어나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이 땅값을 좌우하는 일들이 벌써 일어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2011년 979만 명 수준에서 2016년 1700만 명으로 급증했을 때 제주와 서울 명동, 홍대, 이태원, 가로수길 등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명동 4층짜리 건물의 한 달 임대료가 5억원을 가뿐히 넘었다. 홍대입구역, 공덕역, 서울역 등 인천공항철도 역세권은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호황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유커(중국인 관광객)와 일본인 관광객 급감이 내수 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대부분 광역 상권이 위축됐다. 대표 상권인 명동에선 건물 전체가 텅텅 비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경제 정책의 중요 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공감한다. 일본 사례에서 보듯 내국인의 빈자리를 외국인 관광객으로 채우면 인구 감소 시대에도 경기 침체와 자산 디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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