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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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빠졌으면 바닥이겠지.’ ‘더 이상 오르긴 힘들 것 같은데 팔까.’

주식투자는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종목을 살지, 언제 팔아야 할지, 선택은 끝이 없다. 문제는 그런 선택의 결과를 미래에나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원금 손실 위험이 필연적으로 따라 붙는다. 주식투자의 성패는 위험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험에 대한 태도는 투자자가 마주한 상황의 표현방법(프레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동일한 상황이라도 프레임에 따라 사람들의 판단이 달라지는 ‘프레이밍 효과’ 탓이다.

이 효과는 두 가지 질문으로 잘 설명된다. 질문1은 ‘아무 조건 없이 100만원을 이미 받았다. A와 B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이다. A는 ‘50%의 확률로 100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이고, B는 ‘100%의 확률로 50만원을 더 받는다’이다. 질문2는 ‘아무 조건 없이 200만원을 이미 받았다. C와 D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이다. C는 ‘50%의 확률로 100만원을 잃을 수 있다’이고, D는 ‘100%의 확률로 50만원을 잃는다’이다.

사실 A와 C는 기댓값이 150만원으로 동일하다. B와 D는 결과가 150만원으로 확정됐다는 점에서 같다. 따라서 질문1에서 A(B)를 선택했다면 질문2에선 C(D)를 골라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질문1에선 A를 16%(B를 84%), 질문2에선 C를 69%(D를 31%) 선택했다. 프레이밍 효과 때문에 질문1은 ‘이익의 기회’로 받아들여 위험을 피하려고 결과가 확정된 B를 더 많이 선택했다. 질문2는 ‘손실을 피할 기회’로 여겨 위험을 추구하는 C를 더 선호했다.
주식투자의 프레이밍 효과… 이성적 투자자는 긍정 프레임을 경계한다
주식투자에서도 투자자는 긍정과 부정 프레임을 마주하게 된다. 긍정 프레임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추구하는 주식투자는 높은 수익을 가져다준다’며 이익의 기회를 강조한다. 반면 부정 프레임은 ‘고수익은 고위험을 의미하므로 주식투자는 결과가 불확실하다’며 손실 위험을 경고한다. 두 가지 프레임 중 어느 쪽에 더 무게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위험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고 그로 인해 위험관리 행동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프레임에 대한 반응은 투자자 성향별로 다르다. 본능적 투자자와 이성적 투자자로 구분해 살펴볼 수 있다. 본능적 투자자는 스스로 주가 변동에 대한 예측력이 뛰어나다고 믿으며, 충분한 시간이 있더라도 직관에 의해 의사결정을 한다. 하루 중 주식 시세를 확인하는 횟수가 잦고, 각종 보고서와 소문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개인투자자 중 상당수가 본능적 투자자에 가깝다.

이에 비해 이성적 투자자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을 몹시 두려워한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의문스러운 점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을 찾으려 한다. 직관보다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려는 것이다.

주식투자자 25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본능적 투자자 중 긍정 프레임에 노출된 사람의 주식투자 종목 수가 2.35개로 부정 프레임을 접한 사람의 1.76개보다 많았다. 이성적 투자자는 긍정 프레임을 마주한 사람이 2.05개로 부정 프레임의 2.57개보다 적었다.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것은 위험을 관리하는 좋은 방법이다. 종목 수로만 보면 본능적 투자자는 긍정 프레임에 노출될 때 분산투자를 잘하고, 이성적 투자자는 부정 프레임일 때 분산투자에 적극적이다.

주식, 채권, 투자 목적 부동산 등 전체 위험자산 중 주식에 투자한 비율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본능적 투자자는 긍정 프레임을 접하면 주식투자 비율을 29.1%까지 높였지만, 부정 프레임에선 이 비율이 18.3%에 그쳤다. 이익의 기회를 강조하는 솔깃한 제안에 고무돼 ‘일단 사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그렇게 투자금액이 커지다 보니 투자 종목 수도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이성적 투자자는 긍정 프레임에서 주식투자 비율이 21.9%로 부정 프레임의 27.6%보다 낮았다. 위험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본 뒤 주식투자 비율을 높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직관에 의존한 투자가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경우에도 대부분은 냉철한 분석이 직관을 뒷받침했다고 봐야 한다. 긍정 프레임에 휘둘리지 말고 이성적 투자자의 자세를 갖춰보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