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넥스텔레콤이 내놓은 ‘LTE99’ 요금제.
에넥스텔레콤이 내놓은 ‘LTE99’ 요금제.
알뜰폰업계가 정부가 추진하는 ‘보편요금제’보다 저렴한 요금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보편요금제법안이 법제화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데이터 2GB, 음성 100분 요금제가 9900원

알뜰폰업체인 에넥스텔레콤은 최근 월 9900원에 데이터 2기가바이트(GB), 음성통화 100분, 문자 50건을 제공하는 ‘LTE99’ 요금제를 내놨다. 10월2일까지 판매하는 프로모션 상품이다. 문성광 에넥스텔레콤 대표는 “보편요금제의 음성, 문자, 데이터 구성은 최대한 유지한 채 고객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유심칩은 전국 GS25 편의점과 에넥스텔레콤 홈페이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유플러스알뜰모바일이 내놓은 ‘랄라블라’  요금제.
유플러스알뜰모바일이 내놓은 ‘랄라블라’ 요금제.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인 유플러스알뜰모바일도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헬스·뷰티스토어 ‘랄라블라’와 제휴해 전용 유심(USIM) 요금제 2종을 선보였다. 랄라블라 2G/200분 요금제는 월 1만3500원에 데이터 2GB, 음성통화 200분, 문자 100건을 제공하고 6G/350분 요금제는 월 2만4000원에 데이터 6GB, 음성통화 350분, 문자 350건을 준다. 2G/200분 요금제는 7월 가입하면 월 1만2100원에 기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전국 190여 개 랄라블라 매장이나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유심칩을 산 뒤 기존 스마트폰에 끼우면 사용할 수 있다. 유플러스알뜰모바일 관계자는 “랄라블라 매장 주 방문고객인 20~30대 여성의 통신 이용 패턴에 맞춰 불필요한 제공량을 제거해 가격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우체국 알뜰폰 판매사업자인 큰사람은 월 1만4850원에 데이터 1GB, 음성 200분, 문자 100건을 제공하는 ‘이야기 보편 1GB’ 요금제를 내놓았다. 월 9900원에 데이터 700메가바이트(MB), 음성통화 60분, 문자 60건을 주는 안심무약정2+700MB 요금제도 내놨다.

KT 알뜰폰 계열사인 KT엠모바일도 데이터 1.5GB, 음성통화 100분, 문자 100건을 제공하는 ‘실용 USIM 1.7 요금제’ 등을 내놨다. 원래 요금은 월 1만7490원이지만 지난달에 이어 프로모션을 진행해 실제로는 월 9790원에 쓸 수 있다.
만원짜리 알뜰폰 상품의 공습… 머쓱해진 '2만원대' 보편요금제
◆“보편요금제 통과되면 알뜰폰 무너질 것”

알뜰폰 사업자들이 값싼 요금제를 앞다퉈 내놓는 이유는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 때문이다. 보편요금제는 문재인 정부가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의 대표격이다. 애초 휴대폰 기본요금 폐지를 추진하다 여의치 않아지자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동통신 3사 기준 3만원대에 제공되는 기본 데이터 1GB, 음성통화 200분을 2만원대 요금(약정할인 25% 제외한 금액)에 쓸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10~11월 법안심사 때 보편요금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보편요금제 도입이 확정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내년부터 보편요금제를 기반으로 하는 상품을 의무적으로 내놔야 한다. KT와 LG유플러스도 경쟁을 위해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통 3사보다 값싼 요금제를 경쟁력으로 내세우던 알뜰폰업체들로선 중요한 무기를 잃는 셈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 3사와 알뜰폰 가격이 비슷해지면 이용자들이 멤버십 혜택이나 결합 할인 등을 받기 위해 이통 3사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알뜰폰은 2011년 도입된 이후 올해 4월 기준 가입자 774만 명을 확보했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2.2% 수준이다. 2012~2017년 누적 적자는 3500억원에 이른다. 알뜰폰업체 수도 2014년 27개, 2015년 38개, 2016년 39개, 2017년 43개로 늘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업을 접는 업체도 생겨났다. 지난 4월 이마트가 알뜰폰사업에서 철수했고 홈플러스는 작년 11월 사업을 그만뒀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알뜰폰 유통구조를 개선해 기존 인터넷과 우체국에서 농협과 편의점까지 늘려야 한다”며 “일정한 가입자가 확보돼 협상력이 생겨야 이통사와 도매대가 협상이 가능하고 상품 구성도 다양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