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도 '영광의 시기'가 있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한 번도 밟은 적 없던 2,600 고지까지 정복하고 축포를 터뜨린 1월이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코스피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무너져 9개월 전 수준까지 퇴보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올해 상반기(22일 기준)에 4.47% 하락했다.
시총 32조원 증발…지수 상승률 G20 중 14위
올해 들어 첫 1개월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작년의 상승세를 잇는 모습이었다.

코스피는 1월29일 장중에 역사상 최고치인 2,607.10을 찍었고 이날 2,598.19로 장을 마감해 종가 기준으로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2월 초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가 부각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꺾이고 코스피는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2,600을 넘나들던 코스피는 2월9일 2,300대로 밀려났다.

당시 코스피는 2주 만에 210.99포인트 떨어졌는데, 이는 2주간 하락 폭으로는 2011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수준이었다.

남북, 북미 간 정상회담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줄 것이란 기대감 속에 코스피는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한동안 2,400∼2,500에서 움직였다.

그러나 코스피는 6월 들어 미국 금리 인상,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우려 등으로 다시 위기를 맞았고 2,300대로 밀려났다.

6월 21일에는 2,337.83으로 마감하면서 종가 기준으로 작년 9월 이후 9개월여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결국 22일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은 1천574조원으로 작년말(1천606조원)보다 32조원이 줄어든 수준이다.

코스피가 고점을 찍던 1월과 비교하면 무려 114조원이 증발했다.

이와 같은 코스피 부진은 대형주 약세에서 비롯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 시총 1∼100위인 대형주는 6.62% 하락했다.

중형주(시총 101∼300위)가 1.21% 오르고 소형주(시총 300위 이상)가 10.71% 상승한 것과는 딴판이다.

특히 시가총액 대장주 삼성전자는 5월 액면가 5천원을 100원으로 낮추는 50대 1 액면분할을 단행했지만, 2분기 실적 부진 전망에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액면분할 전 하루 29만주 수준이던 삼성전자 거래량은 액면분할 후에는 1천600만주 수준으로 크게 늘었지만 반도체 업황 부진 우려, 갤럭시S9 판매 부진 등으로 주가가 4만7천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액면분할 전 주가로 따지면 235만원에 해당한다.

업종별로는 운수장비(-10.82%)가 가장 크게 떨어졌다.

금융업(-10.37%), 서비스업(-9.64%), 통신업(-5.04%), 철강금속(-4.58%), 화학(-3.61%), 전기전자(-3.48%) 등도 지수 상승을 방해했다.

반면 종이목재(35.64%), 비금속(30.11%), 건설업(20.50%), 의료정밀(18.53%) 등은 두 자릿수 이상 상승했다.

주요국 주식시장의 대표 지수와 코스피를 비교하면 코스피의 부진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국거래소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20개국(G20) 대표 지수의 작년 말 대비 상승률(21일 기준)을 집계한 결과 코스피는 5.3% 하락해 14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대부분 증시가 부진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13.6%), 인도(4.0%), 호주(2.7%), 아르헨티나(2.7%) 등 6곳은 플러스 상승률을 나타냈다.

코스닥시장은 그나마 비교적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올 상반기 코스닥지수는 작년말보다 3.99% 상승했다.

다만 과거 코스닥의 대장주인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이전한 영향으로 코스닥시장의 시총은 271조원으로 작년말(283조원)보다 11조원 줄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