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자유 뺀 민주주의'… 역사교과서에만 단호한 교육부
8월 시한을 두고 진행 중인 교육부의 대입제도개편안 결정 과정을 지켜보려면 적잖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결정권을 넘기자 국가교육회의는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에 ‘하청’을 줬고, 이는 다시 공론화위원회로 ‘재하청’됐다. 교육부가 ‘결정장애’에 걸렸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나올 정도다.

이런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이슈에서만큼은 유독 단호하고 신속한 모습이다. 교육부는 며칠 전 ‘초등 사회과·중등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서 교육부는 ‘용어 통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대한민국 정부의 정치체제를 설명할 때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쓰고, 1948년 8월15일은 ‘대한민국 수립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로 표현해야 한다고 명기했다.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도 빠졌다.

이들 사항은 지난 5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교육부 의뢰로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을 발표했을 때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헌법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 인민민주주의도 용인되느냐는 등의 비판에 당시 교육부는 ‘용역 결과일 뿐 우리 의견이 반영된 건 아니다’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집필기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교과서 집필기준을 확정하기도 전에 교육과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쟁점들을 교통정리해버렸다. 교육과정은 교과서 집필기준보다 상위 개념이다. 여기서 결정된 대로 집필기준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돌출 행동처럼 보이는 교육부의 과감한 행보는 주기적으로 툭툭 불거지는 양상이다. 이달 초에는 ‘국정교과서 적폐 청산’이라며 5·6급 실무자원까지 수사 의뢰하고 나섰다. ‘정부 방침에 따른 중하위 공직자에게까지 불이익을 주지 말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을 간단히 뒤집어버린 결정이었다.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문제에는 이상하리만치 강경하다는 말이 회자된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내부에 강경파가 있는 것인지 강한 외부 입김이 있는 것인지 궁금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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