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워라밸'이 우선… "사장될 생각 없다"는 신입사원들
일본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조화)’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 신입 사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승진해서)사장이 되려는 생각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입니다. 한 때 ‘경제 동물’로 불렸고, 근면·성실에 큰 가치를 뒀던 일본 사회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생산성본부가 조사한 결과, 올해 입사 신입사원 중 장래에 사장이 되고 싶은 사람의 비율이 1969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1644명의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서 최종 승진 목표 직위를 ‘사장’이라고 대답한 비율은 10.3%에 불과했습니다. 전년 대비 2.0%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빈말’이라도 “사장이 돼보겠다”고 하는 직원이 10명 중 1명 정도에 불과한 셈입니다.

반면 ‘승진은 어찌되더라도 상관없다’는 응답은 17.4%로 가장 많은 직원이 꼽았습니다. 입사한 회사에서 얼마나 근무하고 싶냐는 질문에도 ‘남들과 같은 수준’이 61.6%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남들보다 오래 다니고 싶다’(31.3%)는 응답의 두 배에 달했습니다.

회사에 얽매여 아등바등 살고 싶지 않다는 요즘 젊은 층의 인식이 뚜렷하게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일본 기업에서 한때 당연시 됐던 ‘잔업’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습니다. ‘데이트 약속이 있는데 잔업지시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잔업을 하지 않고 데이트를 한다’는 응답이 30.9%였습니다. 24년 만에 30%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일본 생산성본부 관계자는 “블랙기업(노동력 착취와 비인간적 대우를 하는 악덕기업)과 장시간 노동이 사회문제화 되면서 일본 젊은이들이 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일도, 출세도 적당히 하고 사생활을 중시하겠다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놓고 노와 사, 기업과 정부, 세대 간 이견이 분분합니다. 일본도 큰 틀에서는 한국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모두 긍정적인 해결책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