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의 선임 절차 중단 요구에도 포스코의 차기 회장 선정 작업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포스코 사외이사로 구성된 ‘최고경영자(CEO) 승계 카운슬’은 권오준 회장(68)의 후임 회장 후보 5명을 확정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승계 카운슬은 지난 20일 오후 9시까지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8차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정치권의 선임절차 중단 요구에도… 포스코 "회장 후보 5명 22일 공개"
승계 카운슬은 이달 초 내부 인사와 전직 임원을 포함한 외부 인사 등 20여 명의 후보군(群)을 발굴했다. 이후 12일 회의에서 11명으로, 14일 회의에서 다시 6명으로 압축했다.

승계 카운슬은 “외국인 후보자 한 명이 개인 사정으로 면접 참여 의사를 철회함에 따라 나머지 5명의 후보를 이사회에 상정할 면접 대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퇴한 외국인 후보는 구자영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71)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구 전 부회장은 미국 석유회사인 엑슨모빌에서 근무하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권유로 1988년부터 1993년까지 포스코에서 근무했다. 구 전 부회장은 엑슨모빌 근무 당시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포스코는 22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사외이사 7인 전원이 참여하는 ‘CEO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 김주현 이사회 의장과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이명우 동원산업 대표, 김신배 전 SK 부회장, 정문기 성균관대 교수, 장승화 서울대 교수,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포스코 사외이사다.

승계 카운슬은 면접 대상자 5명의 명단을 이사회 이후 발표할 예정이다.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이사회 이후부터 심층면접 등을 거쳐 차기 회장 단일 후보를 결정할 방침이다. 최종 후보 1인은 다음주 이사회와 다음달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에 취임한다.

경제계에서는 ‘전·현직 포스코맨’이 차기 회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승계 카운슬은 차기 회장의 역량으로 ‘포스코그룹 100년을 이끌어갈 수 있는 혁신적 리더십’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경영 역량과 혁신 역량, 철강·인프라, 신성장 사업의 높은 이해도와 추진 역량이 있는 인사를 차기 후보로 추천한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경제계 관계자는 “포스코와 전혀 관계 없는 인물이 회장이 될 경우 ‘정권 낙하산’이라는 등 뒷말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포스코 현직 가운데선 장인화 사장(63)과 오인환 사장(60), 박기홍 포스코에너지 사장(60) 등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경기고·서울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딴 장 사장은 권 회장처럼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출신으로 기술연구원장, 철강생산본부장을 거쳐 현재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오 사장은 권 회장 체제의 실질적인 2인자로 꼽혔다. 권 회장을 대신해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등 대외 업무를 총괄해 왔다. 현재 철강1부문장을 맡고 있다. 박 사장은 산업연구원 출신으로 정통 포스코맨은 아니지만 포스코 기획재무부문장과 포스코 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노무현 정부 때는 포스코 임원으로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전직 중에선 김준식 전 사장(64)과 황은연 전 포스코 인재창조원장(60)이 거론된다. 김 전 사장은 ‘포스코 성골’로 불리는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나와 광양제철소장과 스테인리스사업부문장 등 생산 부문 요직을 맡았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는 초·중학교 동창이고, 이낙연 국무총리와는 고교(광주제일고) 동문이다. 김 전 사장이 차기 회장이 되면 첫 호남(광주) 출신 포스코 회장에 오르게 된다. 황 전 사장은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당시 최순실 측의 배드민턴단 창단 요구를 거부한 게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조직 내 선후배의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후보로는 조석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조 전 차관은 행시 25회로 공직에 입문, 지경부 산업경제정책관 등을 지내 산업정책 분야에 밝다는 평가다.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맡는 등 공기업 CEO 경험도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무역 규제에 나서면서 포스코의 수출 여건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며 “정치권의 외압 없이 포스코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철강 전문가’가 CEO를 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보형/박상용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