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통상전쟁이 격화하자 중국 펀드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 3000선이 무너지는 등 중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자는 2009년과 2015년 중국 펀드 투자 원금이 줄줄이 반토막 났던 ‘차이나 쇼크’가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3000선 무너진 상하이지수… 9兆 중국펀드 투자자들 '한숨'
20일 펀드평가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국 주식형펀드는 최근 한 달간 평균 3.48%의 손실을 냈다. 불과 1주일 만에 4.36% 떨어졌다. 증시에 상장된 중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China H레버리지’ ‘KB 중국본토A주 레버리지’ ‘삼성 KODEX 심천ChiNext’ ‘신한 BNPPSMART 중국본토중소형 CSI500’ 등은 한 달간 10% 넘는 손실을 냈다. 올초 베트남 펀드와 함께 한 달 만에 10~20% 수익률을 내며 고공행진하던 모습과 딴판이다.

‘트럼프발(發) 통상전쟁’으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진 이후 중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게 수익률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H지수는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각각 6.06%, 4.05% 떨어졌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지수(-1.16%)보다 두 배 넘게 하락했다. 19일 상하이종합지수는 2016년 9월 이후 1년9개월 만에 3000선이 무너졌다.

중국 증시의 급락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국내에 설정된 중국 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9조225억원으로 전체 해외 주식형펀드의 약 30%를 차지한다. 작년부터 중국 증시가 회복세를 보인 데다 증권사들이 작년 말까지 비과세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 마케팅에 힘을 쏟으면서 투자가 급증했다. ETF도 20여 개 상장돼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다”며 “상하이종합지수는 3000을 지지선으로 점차 바닥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견조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하이종합지수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역사적 저점 구간인 데다 상장사들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순이익/주식 수)은 작년보다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 편입으로 패시브펀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증시의 이익 중 금융, 내수업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90%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악재를 대부분 반영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경기와 금융시장 안정 수단으로 지급준비율 인하와 같은 통화정책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될 우려는 크지 않다”고 봤다. 다만 미·중 무역협상이 이어지는 향후 2~3주 동안은 변동성이 큰 장세가 계속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