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왼쪽부터), 최동우 현대차 유럽권역본부장, 구영기 현대차 인도권역본부장, 임병권 기아차 북미권역본부장, 박용규 기아차 유럽권역본부장, 김형정 현대차 사업관리본부장.
이용우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왼쪽부터), 최동우 현대차 유럽권역본부장, 구영기 현대차 인도권역본부장, 임병권 기아차 북미권역본부장, 박용규 기아차 유럽권역본부장, 김형정 현대차 사업관리본부장.
현대·기아자동차가 세계 자동차시장의 본산인 북미 지역을 비롯해 유럽, 인도 등 주요 시장에 각각 권역본부를 설립하는 등 대대적 글로벌 사업조직 개편에 나섰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용우 현대차 브라질법인장(59·부사장)을 북미권역본부장에 임명하는 등 부사장급 6명에 대한 인사도 단행했다. 이번 개편을 계기로 주요 권역별로 자율경영시스템을 도입해 생산, 판매, 시장 전략 등에 대한 본사의 권한과 책임을 과감하게 넘기기로 했다. 자동차 판매량 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해외시장에서 다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구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7월부터 권역본부체제 가동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주요 사업 현장에 권역별 자율경영시스템을 도입하고 본사 및 해외 사업장의 역할과 기능을 조정한다고 18일 발표했다. 현대차는 북미·유럽·인도권역본부를, 기아차는 북미·유럽권역본부를 각각 신설했다. 각 권역본부는 해당 지역의 상품 운용과 현지 시장 전략, 생산, 판매 등을 통합 기획·관리한다. 기존엔 국내 본사 기획실과 해외영업본부가 해외 조직을 지휘해왔다. 내달부터는 통합조직인 권역본부가 업무를 총괄하면서 본사 최고경영자(CEO)와 사업 방향을 조율하는 식으로 업무 형태가 바뀐다. 현대·기아차는 세계 10개국에서 35개 공장을 가동 중이다.

우선 현대차 북미권역본부는 기존 미국 앨라배마공장(생산법인)과 판매법인을 통합 운영한다. 멕시코 판매법인도 관할한다. 유럽권역본부는 체코와 터키 생산법인과 현지 판매법인을 총괄한다. 인도권역본부도 현지 생산·판매법인을 하나로 묶어 통합 관리한다.

기아차 북미권역본부도 미국 조지아공장과 판매법인을 통합 운영하고 멕시코 생산·판매법인, 캐나다 판매법인까지 하나로 묶어 총괄한다. 유럽권역본부는 슬로바키아 생산법인과 현지 판매법인들로 구성된다.

현대·기아車, 해외 권역본부 체제로 전환
현대·기아차는 각 권역본부가 자체적인 현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본부 내 기획, 재경, 상품, 고객 경험 등 별도 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기획·재경 조직은 해당 국가별 실적을 종합하고 생산·판매 조정과 권역별 합산 손익 관리까지 맡는다. 상품, 마케팅, 딜러·서비스 조직은 지역별 시장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전략을 수립해 산하 법인별 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권역본부 체제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내년까지 글로벌 자율경영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다만 중국 합작사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생산·판매 통합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본사의 중국 사업 및 연구개발 조직을 묶은 중국제품개발본부를 지난해 출범시킨 상태여서 추가 조직 개편에 나설지 여부는 향후 검토하기로 했다.

부사장급 6명 전진 배치

현대·기아차는 이번 조직개편과 동시에 글로벌 감각을 갖추고 현지 시장을 잘 이해하는 인물들을 권역본부장에 임명했다. 현대차는 북미권역본부장에 이용우 브라질법인장을 앉혔다. 유럽권역본부장에는 최동우 유럽관리사업부장(56·전무)을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인도권역본부장은 구영기 인도법인장(60·부사장)이 맡았다. 기아차는 북미권역본부장에 임병권 현대차 사업관리본부장(57·부사장)을 임명했다. 유럽권역본부장은 박용규 유럽법인장(58·전무)이 부사장으로 승진해 맡게 됐다. 현대차는 공석인 사업관리본부장에 김형정 현대차 유럽법인장(58·전무)을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움직임에는 해외 판매 부진을 조기에 타개하지 못하면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 것이라는 정 부회장의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2015년(801만 대) 정점을 찍은 뒤 매년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은 목표(825만 대)에 크게 못 미친 725만 대에 그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