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유무역을 해야 하는 이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경제학자들이 공감해온 무역의 이점을 부정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로 거슬러 올라가는 일반원칙(무역의 장점)은 간단하다. 모든 나라가 각자 더 싸게 잘 만들 수 있는 물건을 집중적으로 생산해 이를 자유롭게 교환하면 교역 참가국 모두 이익을 본다는 것이다. 모든 나라가 자급자족할 때보다 전 세계 산출량도 증가한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이 같은 비교우위 개념은 (경제학에서) 강력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교역 과정 자체가 갖는 장점은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교역이 인간의 합리성을 향상시킨다는 장점 말이다.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시장 참가자가 모두 완벽한 의사 결정 능력을 갖고 있으며, 비용과 편익을 정확하게 계산하며, 시간과 위험을 줄여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다고 가정한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가정하면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는다’는 개념은 존재할 수 없다.

인간에겐 시장의 역할이 중요

그러나 지난 반세기 동안 행동경제학자와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의 의사 결정 능력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우리는 수백 가지 편견을 갖고 있으며 미래의 이익과 손실을 잘못 판단하는 등 수많은 오류를 범한다.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인간의 의사 결정은 “예상대로 비합리적”이라고 했다.

인간의 뇌는 완벽하게 합리적인 결정만 하도록 진화한 게 아니다. (우리의 뇌가) 논리적으로 완벽한 결정을 할 때까지 기다렸다면 우리 조상들은 아마 일찌감치 짐승들에게 잡아먹히고 말았을 것이다. 불완전한 ‘휴리스틱(직관적 판단)’이 중요한 이유다.

여기서 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부 행동주의자들은 인간의 의사 결정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정부의 ‘넛지(부드러운 개입)’를 지지하지만, 정치인과 관료가 일반 시민보다 더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건 아니다. 시장이야말로 합리적인 사고를 하도록 만드는 데 효과적인 메커니즘이다.

경쟁 시장에선 계속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비용을 잘못 계산하거나 수익성 있는 거래를 놓치게 되고, 그 결과 자원에 대한 접근 기회를 잃는다. 반면 더 합리적인 의사 결정자는 살아남고 부유해진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시장 참가자들은 기회비용과 매몰비용, 미래의 기회 등을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보호무역은 합리적 사고 차단

행동경제학자들은 집단의 합리성을 높이는 이 같은 시장의 역할을 무시할 때가 많다. 하지만 시장은 행동주의자들의 연구 결과 이상으로 사람들을 합리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일상에서 시장의 규율을 지키면서 경제적인 결정을 내린다면 성급한 결정을 줄이고 수익성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개방적인 무역은 인간을 보다 ‘합리적인 휴리스틱’으로 이끌 수 있다. 반면 무역 통제는 이런 경쟁의 힘을 의도적으로 제한한다. 보호무역을 택한 나라의 국민은 비교우위의 이점뿐 아니라 무역을 통해 합리적 사고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도 잃는다. 이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구호)’ 방법이 아니다.

◇이 글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리처드 매킨지 미 UC어바인 경영대 명예교수의 칼럼 ‘People Aren’t Rational, and That’s Why We Need Free Trade’를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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