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소송당한 금액이 전년보다 약 1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기업 제재를 부쩍 강화한 공정거래위원회는 피소 금액이 1조원 가까이 늘었다. 정부가 무리하게 과징금이나 세금을 부과했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권력기관에 소송 집중

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2017 회계연도 결산보고서’를 보면 각 부처가 피소돼 지난해 말까지 계류 중인 소송의 전체 가액은 9조1356억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7조5457억원) 대비 1조5899억원 늘어난 규모다. 소송 건수는 같은 기간 4742건에서 4356건으로 줄었지만 건당 평균 가액이 늘어났다.
과징금·세금 남발하다… 정부 피소금액 9兆 '역풍'
부처별로는 공정위 국세청 관세청 등 이른바 경제권력기관에 소송이 집중됐다. 이 가운데서도 공정위 관련 소송가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조8367억원에서 지난해 2조7770억원으로 9403억원 늘었다. 공정위가 지난해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건수와 액수가 급증하면서 이에 반발한 기업과 개인의 소송도 늘어난 것이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건수는 2016년 111건에서 지난해 149건으로 38건 증가했다. 과징금 부과 액수는 같은 기간 8038억원에서 1조3308억원으로 5270억원 늘어났다.

국세청 관련 소송가액도 1조5376억원에서 2조767억원으로 증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613억원에서 1조3988억원으로, 관세청은 6629억원에서 7472억원으로 늘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정부가 자의적 판단으로 무리하게 법 집행을 한 것으로 판단해 불복한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소송충당부채

패소 가능성이 높다고 자체 판단해 충당금으로 쌓아놓은 금액(소송충당부채)도 증가세다. 정부의 소송충당부채는 지난해 2조1205억원으로 전년(2조631억원) 대비 574억원 늘었다. 충당금을 쌓지 않은 소송에서 패소하거나 정부가 추가로 물게 될 상대방의 소송비용, 이미 납부한 세금·과징금의 이자비용 등을 감안하면 정부가 최종적으로 토해낼 금액은 3조원이 넘을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의 소송충당부채는 2973억원에서 5323억원으로 늘어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의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해 공정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과징금 처분을 받은 사업자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3건 중 1건꼴로 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사건 365건 중 공정위가 전부 승소한 건수는 238건(65.2%)에 그쳤고, 전부 패소 566건(15.3%), 일부 패소가 71건(19.5%)이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가 14억여원의 과징금을 취소해달라고 청구한 행정소송에서 지난해 9월 패소했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정을 근거로 과징금을 물린 첫 사례였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국세청은 소송충당부채가 2016년 6069억원에서 지난해 1조5332억원으로, 금융위는 같은 기간 779억원에서 1376억원으로 늘었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법률 해석이 명확하지 않은 세법 등 법조항을 정비하고 유사 사건과 관련한 법원 판결을 충분히 검토해 세금이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