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조용하고 오래가요"…가전업계 솔솔부는 '직류(DC)' 바람
# 15개월 자녀를 키우는 김정아(37)씨는 지난주 약 100만원을 들여 공기청정기와 가습기를 DC(직류)모터가 적용된 제품으로 교체했다. 지난해 구입한 DC 선풍기의 성능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조금 비싼 게 흠이지만 소음과 에너지 효율 등을 생각하면 충분히 구입 가치가 있다"며 "공기순환기(써큘레이터)도 DC제품으로 바꿀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생활 가전업계에 '직류(DC)' 바람이 거세다. 일부 소비자를 중심으로 '소음이 적고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교류(AC)방식의 가전제품을 DC제품으로 바꾸는 추세가 늘고 있다. 특히 김 씨와 같이 소음에 예민한 아기나 반려동물을 둔 가정에서는 DC가전에 대한 관심이 높다.

DC는 +와 -가 일정하게 공급되는 전원을 이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문제는 현재 판매되는 대부분의 가전제품들이 AC방식에 최적화됐다는 점이다. 일부 프리미엄 제품에만 DC방식이 적용됐는데, 이는 AC보다 세밀한 속도제어가 가능해서다. 초미풍 선풍기, 저소음 공기청정기 등이 대표적이다.

DC 제품에 관심있는 소비자들이 'DC모터'를 따로 구입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프리미엄 제품은 구하기도 어려운데다 가격대도 높다. 기존의 AC제품에 'DC모터'만 따로 구입해 달아주면 DC가전처럼 사용할 수 있다. 쉽게 전력을 변환할 수 있다보니 수요도 늘고 있다.

DC모터를 아예 탑재해서 나온 DC 가전제품은 가짓수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헤어드라이어, 면도기 등 소형 가전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공기청정기, 가습기, 선풍기, 공기순환기에도 도입되는 추세다. DC모터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BLDC(Brushless DC)모터가 나오면서 제품 출시는 많아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BLDC모터가 도입된 제품은 회전소음이 적고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만큼 잔고장이 없다는 얘기다. 비싼 가격이 단점이지만 보급이 확대되면서 완제품 기준 1.2배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관계자는 "50만원 이하 소형가전의 경우 사실상 가격차가 5% 미만"이라며 "유지비 등을 감안한다면 비싸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DC=프리미엄'이란 인식이 생긴 것도 한 몫했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랜스퍼런시 마켓 리서치(Transparency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DC모터 시장 규모는 2014년 213억달러(약 23조원)에서 올해 343억달러(약 39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도 같은 기간 4000억원에서 5050억원으로 확대가 예상된다.

에너지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 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프리미엄 선풍기로 유명한 발뮤다와 샤프, 테크노스 등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LG전자가 적극적이다. LG전자는 한국전력공사가 DC전력 공급을 목표로 하는 2020년까지 DC방식의 가전제품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해 12월 한전과 'DC전력 공급 및 DC가전 상용화 협력'을 맺기도 했다. 업계 1위 삼성전자도 내부 연구개발 조직을 통해 DC가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구체적인 로드맵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0년을 목표로 DC 가전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효율이 생활가전의 성장을 이끌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잡은 만큼 DC가전의 성장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경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에너지 효율은 브랜드만큼 생활가전의 중요한 구매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며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업체들의 기술 개발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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