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이 지난 4월에 공개한 연령대별 정당 지지율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40대(60%)로부터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전체 지지율은 49%였다. 자유한국당은 전체는 13%였는데 40대의 지지율은 3%에 불과했다. 20~40대가 민주당에 몰표를 줬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386세대’로 통칭되는 50대 역시 보수정당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세대별 심층조사 결과를 보면 ‘젊은 층=진보, 장년층=보수’라는 고정관념과는 다른 수치가 나왔다. 20대와 60대의 안보관이 비슷하고, 3040세대들도 복지보다는 성장에 더 중점을 두는 정책 성향이 예상외로 훨씬 강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수정당들이 ‘정책의 디테일’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나는 진보"라는 20~40代… 퍼주기 복지 정책엔 '갸우뚱'
20대, 정치 성향과 다른 정책 선호도

34개국의 선거 시스템을 비교 연구한 CSES의 조사 결과(2010~2016년)는 낮은 연령대일수록 진보를 표방한 정당을 지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CSES에 따르면 한국 20대의 ‘진보 지수’는 독일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프랑스(3위)는 물론이고, 최악의 청년 실업률로 반정부 투쟁이 일어났던 그리스(4위)보다도 높다.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한국 청년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책 성향 분석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폴랩·사회발전연구원이 20대의 경제 및 안보정책에 대한 연령대별 인식을 조사한 결과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을 보였다. 일례로 ‘경제 성장보다 복지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질문에 20대의 42.45%가 ‘동의하지 않는다’ 또는 ‘어느 정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철도 등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항목에도 절반 가까운 47.64%가 동의한다는 성향을 보였다.

안보관도 마찬가지다.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질문에 20대 동의율은 74.0%로 60대(86.9%)와 큰 차이가 없었다. 남북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찬성비율도 46.7%로 절반을 밑돌았다. 이는 60대(41.5%)와 비슷하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진보라고 여기는지를 묻는 가치관과 실제 정책 선호도를 조사하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며 “정교하게 정책을 만들고, 참신한 인물이 제대로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보수정당에도 충분히 승산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3040도 복지우선론에 비우호적

3040세대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분석이 가능하다. ‘복지우선론’에 대해 40대의 46%가 동의하지 않거나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답했다. 30대의 부정 응답률 역시 47.64%에 달한다. 경제 민주화 이슈에 대해 3040세대는 20대는 물론이고, 60대(부정 응답률 43.65%)보다 일방적인 퍼주기 정책에 비우호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편 가르기에 집착하기보다는 가치와 철학의 재정립과 함께 타당한 정책 논리를 개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서울대 폴랩팀은 지난해 치러진 대선에서 각 후보들이 발표한 정책 공약에 비해 20대와 60대 이상의 평균적인 정책 선호도는 훨씬 중도에 가깝다는 것을 밝혀냈다.

한 교수는 “지난해 대선 공약을 기준으로 당시 문재인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 근접할 정도로 왼쪽에 있었고, 홍준표 한국당 후보는 가장 오른쪽에 있었다”며 “이에 비해 20대의 평균적인 정책 성향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근접한 중도 좌파, 60대 이상의 평균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위치와 비슷한 중도 우파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동휘/배정철/박재원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