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엔지니어링이 개발 중인 이산화탄소 직접 포집장치. 여기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친환경 탄화수소 연료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카본엔지니어링 제공
카본엔지니어링이 개발 중인 이산화탄소 직접 포집장치. 여기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친환경 탄화수소 연료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카본엔지니어링 제공
미국해양대기청(NOAA)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하와이 마우나로아연방관측소에서 집계한 지난 5월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는 411.25ppm으로 지난해 409.65ppm보다 1.60ppm 올라가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계 각국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한하는 노력과 함께 대기 중에 섞여 있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제거하려는 방안을 찾고 있다. 하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만을 포집해 제거하는 기술은 최근까지도 가장 값비싼 방식으로 평가됐다. 에너지 소모에 비해 효율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모든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때 가장 마지막 카드로 써야 할 최후의 방법”이란 혹독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다양한 과학적 시도에 관대한 국제학술지 네이처마저도 2008년 캐나다 캘거리대가 개발한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를 소개하면서 상용화 가능성엔 의문을 던졌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 유럽에서 이산화탄소가 t당 20달러 미만인데 누가 1t에 600달러 넘는 비용을 써가며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10년 만에 상황은 바뀌었다. 지난 7일 발행된 국제학술지 줄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이 점점 경제성과 상업성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캐나다 카본엔지니어링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캐나다의 석유 모래 금융가 노먼 머리 에드워즈의 후원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2015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에 포집 시설을 짓고 하루에 약 1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있다. 이 회사는 거대한 팬을 돌려 공기를 끌어들인 뒤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에 저장할 수 있는 탄산염 광물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400ppm에 이르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 1990년대 중반 클라우스 래크너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가 처음 제안한 이 방식은 포집 과정에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이 의문을 가져왔다.

그러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상용 부품을 사용하면서 점차 경쟁력을 얻어가고 있다. 실제로 이 시설에서 이산화탄소 1t을 포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설계와 부품에 따라 94~232달러로 크게 낮아졌다. 불과 7년 전인 2011년 미국물리학회가 시행한 분석에서 이산화탄소 1t을 포집하는 데 600달러가 들어갔던 것과 비교된다.

카본엔지니어링은 비용을 낮추기 위한 기술을 추가로 적용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탄화수소 연료를 만드는 방안이다. 이 시설에선 순수한 이산화탄소와 물에서 추출한 수소를 결합해 하루 1배럴의 연료를 생산하고 있다. 데이비드 키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이산화탄소 1t 포집에 90달러가 들어갈 경우 연료 1L를 만드는 데 1달러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다른 이산화탄소 포집 회사들도 상업성을 갖춰가고 있다. 미국의 클라임웍스는 지난해 연간 900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장치를 선보였다. 이 회사는 이산화탄소를 추출해 주변 온실에 공급하고 토마토와 오이에 줄 비료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초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 현무암층에 묻는 두 번째 시설을 열었다. 클라임웍스 측은 포집 공장에서 이산화탄소 1t을 포집하는 데 약 600달러가 들지만 가동이 늘어나면서 5~10년 내 t당 10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한동안 이산화탄소 t당 포집 비용이 탄소배출권 거래 가격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연료로 전환한 시설에 보조금 지급 또는 세금 공제 혜택을 늘리는 방식으로 포집 비용을 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