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서 가장 큰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올 들어 게임과 엔터테인먼트업종 투자를 늘린 반면 제약·바이오 지분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비중 확대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완화로 매출이 늘 것이란 기대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해 회계 논란까지 불거진 제약·바이오는 외면받았다. 정보기술(IT)과 건설업종에서는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과 비교해 국민연금이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이 5%를 넘기거나(24개) 기존 5% 이상 보유에서 지분율을 더 높인(80개) 종목은 지난 24일 기준 104개로 나타났다.
'큰손' 국민연금, 올해 무슨 종목 샀나… 게임·엔터株 지분 늘리고 제약·바이오株 줄여
◆IT 건설업종 옥석 가리기 나서

국민연금은 올 들어 게임,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에 많이 투자했다. 넷마블(지분율 5.01%) NHN엔터테인먼트(5.03%) 제이콘텐트리(5.22%) JYP엔터테인먼트(5.03%) 등이 국민연금의 5% 이상 보유 종목으로 새롭게 등장했다. 에스엠 지분율은 5.03%에서 7%로 높였다.

지난해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과의 갈등으로 받은 타격을 회복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최근 우한·충칭의 단체관광객 방한을 허용하는 등 한국에 대한 보복 제재를 풀고 있다”며 “드라마, 대중음악, 게임 등 중국 진출 가능성이 높은 업종의 기대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연금이 지분을 줄이거나 지분율 5% 미달로 공시 대상에서 빠진 종목은 99개로 조사됐다. 제약·바이오업종의 비중 축소가 눈에 띄었다. 녹십자(12.09%→10.01%) JW생명과학(6.15%→5.14%) 대웅제약(8.16%→7.15%) 종근당(12.59%→11.06%) 등의 지분율이 낮아졌다. 줄기세포업체인 메디포스트(5.06%)가 신규 공시됐지만 부광약품이 지분 공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IT업종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중소형 반도체주 투자가 늘어났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DB하이텍(8.4%→13.33%)과 반도체 장비업체인 케이씨텍(5.56%→7.76%) 등의 지분율 증가가 두드러졌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공급 초과 우려로 최근 중소형 반도체주가 부진했지만 삼성전자 등의 설비투자가 늘고 있어 주가 반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비에이치, 코리아써키트 등 인쇄회로기판(PCB) 관련주들은 편입 종목에서 제외됐다.

남북 경제협력 수혜주로 떠오른 건설업종에서도 대우건설 아이에스동서 등은 지분 증가로 신규 편입됐지만 한미글로벌(13.15%→9.41%) 태영건설(12.86%→9.56%) 등은 비중이 축소됐다.

◆올 들어 수익률은 다소 부진

국민연금이 포함된 연기금은 올해 들어서만 1조원어치가량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를 떠받쳤다. 현재까지 성적은 부진한 편이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298개 종목의 주식평가액은 122조9623억원(지난 24일 기준)으로 작년 말(123조3325억원)에 비해 0.3%가량 줄었다. 코스피지수가 지난 1월29일 2598.1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조정받으며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인 영향이 컸다.

올 들어 국민연금이 가장 큰 평가이익을 내고 있는 종목은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 지분 10.01%를 보유 중인 국민연금의 주식평가액은 6조8940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1조3599억원가량 늘었다. 수익률이 25%에 육박한다. 현대건설(평가액 4246억원 증가) 삼성전자(2795억원) 삼성전기(2332억원) 등도 평가액이 늘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민연금은 일반 운용사에 비해 투자 호흡이 훨씬 긴 종목을 선호한다”며 “연금투자 종목을 장기적 관점에서 따라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