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있을 총장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최근 동료 교수들에게 “총장이 되면 외국인 유학생 숫자를 현재의 5배로 대폭 늘리겠다”고 공언하고 다녔다. 한 수도권 대학 총장은 2016년 취임 이후 외국인 유학생 유치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원 외 모집 가능한 외국 유학생 공략

정원·등록금 규제로 재정난… 유학생 유치 '사활'
대학정보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강대의 외국인 유학생은 2015년 115명이던 것이 지난해엔 507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이화여대의 외국인 유학생은 328명에서 742명으로 늘었다.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도 이 기간 외국인 유학생이 20~70% 늘었다.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은 1995년만 해도 1983명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빠르게 늘기 시작해 2016년에는 10만 명을 돌파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염재호 총장 취임 이후 해외 대학과의 국제교류를 확대하다 보니 외국인 유학생도 덩달아 늘고 있다”며 “고려대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유학생 급증의 배경으로 꼽았다. 대학들은 갈수록 증가하는 운영비 지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등록금을 인상하거나, 선발 학생 숫자를 늘려야 한다. 수도권 대학들은 두 가지 모두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28조에 따르면 대학들은 교사(敎舍)·교지(敎地)·교원(敎員)·수익용 기본재산 등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정원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수도권 대학들은 수도권정비계획법 때문에 정원을 늘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학도 ‘입구집중 유발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대학 교육 질 저하’ 우려도

정원·등록금 규제로 재정난… 유학생 유치 '사활'
고등교육법 11조는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이 ‘직전 3개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정치인이 선거과정에서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주요 대학은 등록금을 수년째 동결하고 있다.

한 사립대 교수는 “외국인 유학생은 ‘정원 외’로 분류되기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통해 부족한 학교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윤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대학들이 정부 규제 때문에 본의 아니게 외국인 유학생을 대폭 늘리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유학생 급증이 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대부분 수업이 한국어나 영어로 이뤄지는데 일부 국가 출신 유학생들은 두 언어 구사 능력이 모두 떨어진다”며 “이들 유학생은 대부분의 수업에서 F학점을 받고 있다”고 했다.

서강대에 입학한 외국인 유학생 중 학업을 그만둔 비율은 4.9%(2016년 기준)로 전체 학생 평균(2.1%)보다 크게 높다.

김동윤/임락근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