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사우디 왕세자… 속타는 韓원전업계
사우디아라비아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사진)가 갑자기 모습을 감추면서 국내 원전업계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사우디의 원자력발전소 예비사업자 발표가 기약없이 늦춰지고 있어서다.

25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빈살만 왕세자는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28일 이후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취임 후 처음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국영통신사인 SPA를 통해 매일 사진이 공개된 터여서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란의 한 대중 매체가 “내부 쿠데타가 발생해 왕세자가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나 사우디 왕실에선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등 국내 원자력업계는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사우디에서 사업비가 최소 120억달러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수주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당초 사우디는 지난달 1.4GW 규모의 원전 2기를 짓기 위한 예비사업자를 두세 곳 선정하려 했으나 ‘내부 사정’에 따라 미뤄왔다. 이번 원전 수주 경쟁에 뛰어든 곳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5개국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탈원전 기조 때문에 원전 관련 회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며 “사우디 수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빈살만 왕세자의 사망이 사실로 확인되면 사업자 선정이 훨씬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게 원전 관계자들의 우려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발주의 핵심 역할을 해온 왕세자가 없다면 사업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사업 자체가 상당히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