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020년까지 각 부처가 보유한 교통사고 관련 데이터를 민간기업에 전면 공개하기로 했다.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2030년쯤에는 평상시엔 자율주행을 하다 비상시에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레벨3’ 이상 자율주행차 판매량이 세계적으로 연 20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서둘러 일본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사고 데이터 활용해 안전성 높여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경찰청과 국토교통성, 문부과학성 등이 보유하고 있는 교통사고 발생 장소와 사고 당시 상황, 도로 조건 등 각종 교통사고와 관련한 데이터를 2020년까지 일본 주요 기업에 공개해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적극 활용토록 할 방침”이라고 25일 보도했다. 정부가 보유한 교통사고 데이터를 기업이 손쉽게 활용하도록 해 자율주행차 개발 기업의 기술 혁신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가 공식 통계뿐 아니라 관공서가 각종 사무처리를 위해 수집해둔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기업에 제공키로 했다. 경찰청이 보유하고 있는 범죄 데이터도 일부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민간에서 수집하기 어려운 교통사고 데이터가 새로운 비즈니스나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율주행은 최적의 경로를 선택하고 사고를 방지하는 등 복잡한 주행 판단을 인공지능(AI)이 담당한다. 방대한 주행 관련 데이터가 필수적이고, 여러 상황을 반복해 학습하도록 해야 한다. 자율주행차 개발에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한 까닭이다.

구체적으로 경찰청은 사고 발생지점의 위치정보와 지형 데이터를, 국토교통성은 급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 차량의 제동 관련 데이터를 제공할 예정이다. 문부과학성은 학생 통학로 등에 대한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한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관 데이터 활용 추진 기본계획’을 조만간 마련한 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본부장인 정보기술(IT)종합전략본부 합동회의에 제출할 방침이다. 올 6월께 정부가 작성하는 ‘경제성장 전략’에도 포함할 계획이다.

◆“10년 뒤 자율주행차 2000만 대 판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급성장이 예상되는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자동 브레이크 등 기계가 운전을 보조하는 ‘레벨1’ 수준의 초기 자율주행차 판매가 2020년에 세계적으로 5000만 대가 넘을 전망이다. ‘레벨2’ 수준 이상의 차량도 2020년 520여만 대에서 2030년에는 4800만 대 수준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2030년이면 일상적인 주행은 차량이 알아서 하는 ‘레벨3’ 차량 시장만 1800만 대에 육박하고 이보다 자율주행 수준이 높은 ‘레벨4’와 ‘레벨5’ 차량도 연간 2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교통사고 데이터 공개와 관련한 개인정보 보호대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경찰청이 보유한 각종 정보 공개 기준을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공표할 계획이다. 이 데이터는 자율주행뿐 아니라 방범이나 보안업체 서비스에도 활용될 수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