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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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특히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식주(衣食住)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스마트폰이 생활의 일부가 된 현대사회의 인간형을 말하는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스마트폰은 국내 게임 환경도 변화시켰다. 모바일게임은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PC온라인게임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 '2017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2016년 국내 게임시장에서 모바일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39.7%로 1년새 7%p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모바일게임 매출이 PC온라인게임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바일게임의 장르도 PC온라인게임만큼 다양해졌다. 지하철 한 정거장을 이동하는 동안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은 물론, 고사양이 요구되는 배틀로얄(서바이벌 생존 게임), HD급 이상의 그래픽 성능을 필요로 하는 MMORPG(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까지 다양하다. 최근 출시된 펍지주식회사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고사양 PC가 없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면서 '모바일게임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중국산 게임들이 휩쓸고 있다. 한국 구글 앱장터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 상위 5위 안에 중국 게임은 3개가 포진했다. 다행히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과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가 1·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나머지 3~5위 모두를 중국 업체에 내줬다. 중국 게임이 1위를 차지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의 기대작들이 중국에게 밀린 것은 유료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게임들이 게임을 수월하게 즐기기 위해 돈을 쓰게 하는 '부분 유료화' 모델을 채용하면서 사용자들에게 외면받았다. 중국 게임들이 부분 유료화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무분별한 과금을 지양하면서 사용자들의 반감이 적다. "믿고 거르는 국산 모바일게임" "국산 게임은 돈 만 뜯으려 한다"는 조롱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일하는 미국인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 "미국에서도 배틀그라운드가 인기"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그는 "배틀그라운드가 한국 게임인지 모르고 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삼성폰을 들고 그런 말을 하는 게 아이러니했다"고 했다. 국내 사용자들에게 외면 받는 국산 게임이 해외에서 얼마나 인지도를 키울 수 있을까.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는 게임업계 관계자의 말이 우려스러운 이유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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