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ESG)까지 고려해 투자하는 펀드들이 대한항공 편입 비중을 줄이고 있다. 펀드가 추종하는 ESG 지수가 대한항공 비중을 연이어 축소한 데 따른 것이다.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만큼 펀드 투자철학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ESG 펀드, '갑질 논란' 대한항공에 투자 줄였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지수산출기관인 MSCI는 다음달 1일부터 ‘MSCI 코리아 ESG 유니버설’ 지수에서 대한항공 비중을 0.21%에서 0.18%로 줄이기로 했다. MSCI 코리아 ESG 유니버설 지수는 MSCI코리아지수에 포함된 종목들에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등 항목별로 점수를 매기고 이 점수에 따라 투자 비중을 조절한다.

MSCI는 코리아 ESG 유니버설 지수를 산출할 때 다섯 가지 항목을 평가한다. △환경 △고객 △인권과 공동체 △노동 △지배구조가 기준이다. MSCI는 항목별로 논란의 강도에 따라 1~10점을 매긴다. 이 점수에 시가총액을 곱해 투자 비중을 결정한다. 대한항공은 노동자 부당대우 등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진 만큼 정기 변경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투자 비중도 줄었다.

앞서 지수사업자인 와이즈에프엔은 ‘WISE ESG 우수기업’ 지수에서 대한항공을 제외했다. 이 지수는 ESG 종합등급 하위 세 개 기업을 제외하고 재무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 50개를 편입한다. 와이즈에프엔 투자심의위원회는 대한항공이 최근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만큼 ESG 지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KRX ESG 리더스 150’을 산출하는 한국거래소는 대한항공 비중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하는 ESG 평가를 바탕으로 지수를 구성하는데 아직 이 평가가 바뀌지 않았다”며 “검찰 조사 등이 남아 있어 시간을 두고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수는 오는 12월 정기 변경이 예정돼 있다.

ESG 지수에서 비중이 줄면 이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자금은 바로 투자를 줄인다. MSCI 코리아 ESG 유니버설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각각 내놓은 ETF 두 개다. 두 상품의 합산 시가총액은 340억원가량이다. WISE ESG 우수기업을 추종하는 ETF는 FOCUS ESG 리더스(설정액 344억원)가 유일하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들 상품의 국내 추종자금은 680억원 정도로 크지 않아 당장 주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면서도 “상위 지수인 ESG 이머징마켓 유니버설 등에서도 연쇄효과가 예상되고 투자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