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가던 ‘드루킹 사건(더불어민주당원 댓글조작 의혹)’이 청와대로 옮겨붙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드루킹 사건의 주범인 김모씨와 만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다.

◆靑 “송·드루킹 만남 문제없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을 통해 송 비서관이 드루킹이 이끌고 있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을 2016년 6월부터 작년 2월까지 총 네 차례 만났다고 설명했다. 송 비서관은 첫 두 번의 만남에서는 100만원씩 총 200만원의 사례비도 받았다. 김 대변인은 “경공모 회원들이 정치인을 부르면 소정의 사례비를 반드시 지급한다고 해서 받은 것”이라며 “당시 송 비서관이 공직자가 아니어서 김영란법(청탁금지법)에는 저촉되지 않는다”고 했다.

청와대가 ‘송 비서관·드루킹 만남’을 인지한 것은 지난달 중순께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가 같은 달 16일 드루킹 관련 기자회견을 한 뒤 사건이 확산되자 송 비서관은 민정수석실에 자진신고했다. 송 비서관은 20일, 26일 두 차례 대면조사에서 드루킹과 기사 링크를 주고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 출범 후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민정수석실에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보고했지만 내사 종결 수준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송 비서관의 업무 배제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혀 청와대로 향한 의혹 제기에 선을 그었다. 청와대 내 드루킹 사건의 추가 연루자도 없다고 강조했다. 송 비서관은 이날 문 대통령 미국 순방길에 동행했다.

◆뒤늦은 청와대 해명 논란

청와대의 뒤늦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송 비서관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은폐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임 실장,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핵심 참모진이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판은 커지고 있다.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정수석실이 해당 내용을 경찰에 통보하지 않은 것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의 ‘내사 종결’로 판단했다고 해명했지만, 수사기관도 아닌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내사 종결 권한이 있느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송 비서관과 드루킹의 만남이 특검법 통과 하루 전 언론에 나온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특검법 통과가 유력해지자 청와대가 언론에 흘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청와대가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드루킹 추천 인사인 A변호사를 만난 사실을 상세히 브리핑한 것과도 대조된다.

◆특검, 청와대 조사 불가피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를 열고 재석 의원 249명 중 183명의 찬성으로 드루킹 특검법을 의결했다. 이번 특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자 역대 13번째다.

법조계는 민정비서관에 이어 제1부속비서관까지 댓글조작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특검의 청와대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경수 후보가 드루킹의 인사 청탁을 받아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이를 전달한 데다 그 과정에서 송 비서관까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필요할 경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변인은 “특검에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조사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도 이날 임 실장으로부터 송 비서관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설명하라”고 지시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야당은 여당을 향해 “이런 이유로 특검에 반대했느냐”며 총공세를 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 정권의 2인자, 대통령 곁을 지키는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까지, 문 대통령 최측근들이 줄줄이 연루돼 있다”고 비판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성역 없는 특검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한 여론 조작 사건과 이를 은폐하고 조작하려 했던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범죄자들을 엄벌하는 일만 남았다”고 했다.

조미현/박재원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