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21일 오후 4시10분

조명업체 금호전기가 LED(발광다이오드) 계열사 루미마이크로 매각에 성공하면서 재무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게 됐다. 적자 자회사를 정리하게 돼 지분법 손실에 따른 실적 악화를 막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금호전기 오너 일가 간 지분 구조는 여전히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느 한쪽도 맘을 놓을 수 없는 아슬아슬한 지분 차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9년 만에 뺀 ‘앓던 이’

[마켓인사이트] 적자 자회사 매각 성공한 금호전기… 불안정한 지배구조 개선은 숙제
금호전기는 루미마이크로 지분 26.31%(1448만6600주)를 에스맥과 리트리버2호조합에 매각하기로 지난 11일 계약을 맺었다. 처분 금액은 주당 1765원으로 255억원 규모다. 금호전기는 계약 당일 계약금 26억원을 받았고, 오는 7월11일 잔금을 받으면 매각이 완료될 예정이다.

금호전기는 2009년 루미마이크로를 인수했다. 루미마이크로부터 LED 부품을 받아 LED조명을 만드는 수직 계열화를 위한 포석이었다. 그러나 루미마이크로는 금호전기가 인수한 이후 2012년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610억원, 순손실 66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가량 감소했고, 순손실 규모는 약 네 배로 불어났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루미마이크로 인수 당시에는 LED가 유망 산업으로 각광받았지만 이후 경쟁 과열로 골칫덩이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금호전기는 지난해 매출 3386억원, 순손실 201억원을 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8% 감소하고 순손실은 15% 늘어났다.

◆지배구조 불안은 여전

부실 자회사는 털어냈지만 금호전기에는 불안정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주주인 형제간 지분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금호전기의 지난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박명구 회장 지분율은 13.17%다. 개인 주주로는 지분이 가장 많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도 36.58%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특수관계인 중 한 명이자 박 회장 형인 박병구 모빌코리아 회장(12.85%)과 지분 차이는 0.32%포인트에 불과하다.

박병구 회장은 2007년 지분 10.55%를 확보하며 처음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박명구 회장과 박병구 회장은 각기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리면서 경쟁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박명구 회장 지분은 0.02%포인트 늘어난 반면 박병구 회장 지분은 1.57%포인트 줄어들면서 경쟁이 잦아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올 들어 다시 박명구 회장과 그의 부인 박현옥 씨가 대표로 있는 아이네트코리아가 소량이지만 각각 329주와 400주의 금호전기 주식을 사들이면서 업계에서는 “지분 경쟁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친인척들이 누굴 지원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언제든 뒤집힐 수 있어 박명구 회장 측이 계속 주식을 사들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다른 형제인 박영구 씨(지분율 6%)나 박남구 씨(0.96%)가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금호전기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