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향후 주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 온 비(非)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면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적이 좋아도 수급에 번번이 발목을 잡혔던 은행주가 반등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지주사 전환하는 우리銀 '저평가 굴레' 벗나
◆지주사 전환 시 투자 여력↑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우리은행은 550원(3.62%) 오른 1만5750원에 마감했다. 지주사 전환에 따른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 주가는 그동안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올초 1만6000원 선이던 주가는 지난달 1만3000원대까지 하락했다. 지난달 23일 실적 발표 후 잠깐 1만6000원대로 반등했지만 이달 초 다시 1만5000원대로 주저앉았다.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깜짝 발표하면서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다시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해 은행법이 아니라 금융지주회사법을 적용받으면 자회사 출자액을 자기자본 대비 130%까지 확대할 수 있다. 이 경우 출자 한도는 현재 4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어난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이렇게 확보한 ‘실탄’을 갖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금융사를 인수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 지난해 7.4%에 불과했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편이다. 대신증권이 연말 순자산 전망치를 토대로 각 은행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을 계산한 결과 우리은행은 0.48배로 신한지주(0.67배) KB금융(0.64배) 등 다른 지주사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우리은행의 올해 예상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21% 증가한 1조8530억원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과 함께 배당 등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우리은행의 올해 예상배당수익률이 5%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음달 이사회 개최와 함께 중간배당이 이뤄지면 주가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이벤트는 그동안 투자자 관심에서 소외된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개선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종금 증권사 전환도 ‘관심’

지주사 전환에 대해 우리은행 지분 27.2%를 보유한 과점주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관심거리다. 국내 사모펀드(PEF)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를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현재 3.7%) 유진자산운용(1.5%) 등 과점주주들은 2016년 12월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우리은행 지분을 각각 4%(IMM PE는 6%) 매입했다. 주당 평균 매입가격은 1만1768원이었다.

과점주주들은 지주사 전환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과점주주사 관계자는 “PEF 등 다양한 금융사들이 주주로 있는 만큼 은행이 아니라 다른 업종 계열사를 인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우리은행이 과점주주사들이 있는 업권으로 영역을 확장하면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우리은행의 자회사인 우리종합금융의 향방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종금이 증권사로 전환하면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크게 불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우리종금의 무인가 외환·장외파생업무 사건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 수위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은 부담이다. 21일 우리종금은 181원(29.92%) 오른 786원에 장을 마쳤다.

오형주/정영효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