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물량이 급증하면서 서울 강남권 아파트 전셋값이 올 들어 최고 5억원 급락했다. 신규 입주 물량이 많은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경기 남부권이 전셋값 하락을 선도하고 있다.

강남권 아파트 전셋값 최고 5억 급락
21일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다음달 입주를 앞둔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 전용면적 84㎡ 전세는 지난 1월 최저 14억원에 나왔으나 지금은 9억원으로 주저앉았다. 12월 입주 예정인 가락동 ‘헬리오시티’ 영향이다. 9510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물량이다 보니 강남 4구 지역 전셋값에 영향을 주고 있다. 입주를 10개월 앞둔 2월부터 세입자를 구하는 전세 물건이 나오면서 물량도 적체되고 있다.

헬리오시티 전용 84㎡ 전세는 2월 최저 8억3000만원에 나왔으나 지금은 2억원가량 내려 6억5000만원이 최저 시세다. 인근 잠실동 ‘엘스’ ‘리센츠’ 등 대단지 아파트도 연초엔 10억원(전용 84㎡)에 세입자를 들였으나 지금은 7억~8억원에 급전세가 나와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3만5127가구다. 2014년(3만7005가구) 이후 4년 만에 3만 가구를 넘어섰다. 내년에는 이보다 많은 3만8683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올해 강남 4구의 입주 물량은 1만5614가구로 전체 44%에 달한다. 송파구에서만 1만548가구가 입주해 물량이 가장 많다. 내년에는 강동구에서 1만896가구 아파트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입주 물량이 몰리면서 이달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은 59.83%를 기록했다. 4년4개월 만에 60% 아래로 떨어졌다. 경기도 전세시장 상황은 더 심각하다. 10년여 만에 가장 많은 아파트 입주(16만4594가구)가 이뤄지면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해지고 있다.

김연화 기업은행 WM사업부 부동산팀장은 “전셋값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매매값도 상승하기 힘들다”며 “다만 강남권 아파트는 실거주 수요도 많기 때문에 급락보다는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