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지주회사체제로 다시 돌아간다. 다음달 지주 전환을 위한 인가 신청을 하면 이르면 내년 1월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할 전망이다. 종합금융그룹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금융자회사 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우리銀, 다시 지주社 된다
우리은행은 이사회, 금융당국,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거쳐 지주사 전환 절차를 밟아나갈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다음달 중순께 이사회 결의를 거쳐 금융위원회에 인가 신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 우리FIS, 우리PE자산운용 등 여섯 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건이 금융위의 승인을 받는 데는 3개월 정도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후 연말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내년 1월 새로운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하게 된다. 2014년 우리금융지주가 해체된 지 4년2개월 만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후에는 증권,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등 수익성 높은 비은행 부문에 진출해 자본 효율성 제고와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며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지주회사 설립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4년2개월 만에 지주회사 체제로 돌아가기로 한 건 종합금융그룹으로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해서다. 우리은행은 국민(KB금융), 신한(신한금융), KEB하나(하나금융) 등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한 비금융지주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출자한도가 증가해 비은행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공격적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법상 출자한도는 자기자본의 20% 수준으로, 출자여력은 6000억~7000억원에 그친다. 하지만 지주사로 바뀌면 출자여력이 약 7조원 늘어 몸집이 큰 비은행 금융회사도 사들이기 쉬워진다.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할 때 우리은행의 은행 수익 규모는 비슷하지만 카드, 증권, 자산운용, 보험 등 비은행 부문까지 합치면 수익 규모나 영업 경쟁력이 떨어진다.

금융투자업계는 오는 9월께 금융당국에서 지주 전환 승인을 받으면 우리은행이 적극적으로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일정 규모의 자산운용사와 캐피털사 인수 작업부터 벌일 계획이다. 우리PE자산운용이 자산운용업을 하고 있지만 수익 비중이 미미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운용사를 인수해 몸집을 키우고 기업금융에 강점을 두고 있는 우리은행과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전략이다. 아주캐피탈 인수도 점쳐진다. 아주캐피탈은 우리은행이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웰투시인베스트먼트에 매각된 상태다. 우리은행은 중장기적으로 증권, 보험사 인수도 염두에 두고 있다. KB금융, 신한금융 등 다른 지주사는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과의 시너지로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우리은행은 증권, 보험 자회사가 없다.

우리은행은 200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금융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를 설립했다. 하지만 2014년 민영화 과정에서 증권, 저축은행, 생명보험, 자산운용 등 주요 비금융 계열사를 매각하고 정부 지분 매각 작업을 위해 지주사를 해체했다.

지주사 체제로 바뀌면 자회사들과의 시너지도 커질 수 있다. 은행과 자회사는 고객 정보를 공유할 수 없지만 지주사 체제 아래에서는 계열사끼리 정보 공유가 가능해 통합 고객관리, 계열사 연계 서비스 등 다양한 복합 비즈니스를 벌일 수 있다.

예금보험공사의 잔여지분(18.43%) 매각 작업은 지주사 전환 후에나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지주사 전환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 뒤 잔여지분을 매각하는 순서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은행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수익을 다각화하면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되고 정부로서도 지분 매각 이익을 좀 더 높일 수 있어 지주사 전환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상미/박신영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