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선박 발주가 늘고 있지만 한국 중형 조선사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만 지을 수 있는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과 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선 위주로 선박 발주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9개 중형 조선사, 올해 수주 단 4척
20일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9개 중형 조선사(한진·STX·성동·대한·SPP·대선·한국야나세·연수·마스텍)의 수주 실적은 10만1000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기록했다. STX조선해양(2척)과 대한조선(2척)이 수주한 중형 유조선이 전부다.

중형 조선사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2010년 39억5000만달러를 수주해 국내 조선시장 점유율 12.6%를 기록했던 중형 조선사들의 1분기 점유율은 3.2%(1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중형 조선사들의 1분기 건조량(인도량)도 10척으로 전년보다 75.8% 감소할 정도로 일감 부족이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운업계가 교역량 증가와 연료 효율성 등을 감안해 대형 선박을 주로 발주하고 있어 중형 조선사들의 먹거리 자체가 줄어드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집계 결과 1분기 세계 조선 발주량은 작년보다 61.4% 늘었지만 중형 선박 발주량은 4.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동안 국내 중형 조선사들의 수주 텃밭이던 벌크선 시장에서도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 국내 해운회사인 장금상선과 폴라리스쉬핑은 이달 각각 4척과 1척의 벌크선을 중국 상하이와이가오차오조선에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라리스쉬핑이 발주한 18만DWT(재화중량톤수) 케이프벌크 벌크선 건조 가격은 한국이 5000만달러를 웃도는 데 비해 중국은 4700만달러에 그쳤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