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ndex] LCD패널 값 1년새 40% … 고민 깊어진 삼성·LG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의 대표적인 수출 품목 중 하나였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시장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침체 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 레이 등 국내 기업들은 당초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LCD 시장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일부 LCD 생산라인을 축소하거나 공 장 용도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으로 전환하는 등의 전략으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14일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LCD 가격은 40인치 패널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지난해 4월 141달러에서 올 4월 84달러까지 떨어졌다. 1년 만에 가격이 40%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한때 프리미엄 제품군이었던 60인치대 패널마저 가격이 원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팔수록 손해 보는 상황까지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다음달 러시아 월드컵 특수로 대형 TV 패널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일시적인 수요 증가가 중국 업체들이 야기한 공급 과 잉을 따라가기는 역부족이다. 중국 BOE 가 올해 10.5세대 LCD 팹을 가동했고, CEC-판다와 HKC가 8세대급 신규 팹을 가동했거나 가동을 앞두고 있다. 차이나 스타도 10.5세대 LCD 팹을 건설하고 있으며, HKC도 투자에 다시 나서는 등 중국발(發) LCD 공급 과잉은 점차 심화될 예정이다. 공급 과잉으로 이들 기업도 손해를 보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중국 정부 차원의 강력한 재정 지원에 힘입어 견조 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잇따라 투자하고 있는 10세대 LCD 공장은 60인치대 이상 대형 패널을 제조하는데 있어 기존 8세대 공장에 비해 압도적으로 생산 효율성이 높다. 국내 기업들도 한때 10세대 공장 투자를 검토했지만 막대한 투자 비용, 효율성 등을 감안해 8세대 LCD 공장을 주력으 로 가동해왔다.

문제는 불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 왔다는 것이다. 아직 중국 10세대 공장에서 대형 패널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공급 과잉 상태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이 10세대 공장의 수율을 끌어올릴 경우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자의 방식으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모바일용 OLED가 주력 매출원인 삼성 디스플레이는 수년 전부터 단계적으로 LCD 생산능력을 줄여왔다. 삼성전자 TV에서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파주 10.5세대 디스 플레이 공장을 OLED 생산라인으로 구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0.5세대 LCD 생 산라인으로 먼저 구축한 뒤 OLED로 전 환하겠다는 계획을 바꾸는 것이다.

LCD를 건너뛰고 OLED 직행을 검토 하는 이유는 LCD는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반면 대형 OLED 패널은 공급 부족 상태이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OLED TV 패널을 250만~280만 대 출하할 계획이다. 올해 각 패널 제조사가 세운 LCD 출하량 목표치가 2억7900만여 대인 것 을 감안하면 OLED TV 패널 비중은 1%에 불과하다. 중국 광저우에 투자한 8.5세대 OLED 공장을 2019년 가동해 도 OLED TV 패널 생산량은 연간 400만 대에 미치지 못한다. 만약 10.5세대 OLED 공장을 가동할 경우 급증하는 시장 수요를 빠르게 충족할 수 있고, 초 대형·초고해상도 OLED TV 수요에 부 응할 수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