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비싸야 잘 팔린다"…생활가전 성장비결은 '프리미엄'
가전업계의 프리미엄 경쟁이 뜨겁다. 국내 제조사들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프리미엄 가전을 앞세워 수익성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승산이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 1분기 가전사업으로 18조7800억원의 매출과 1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2.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9.1% 늘어난 수치다. 비슷하게 팔았지만 더 많이 남겼다는 의미다.

가전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은 브랜드 지배력을 강화하고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프리미엄 제품은 이익률이 높은데다 중저가 제품에 대한 낙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술력과 유통 채널만 있으면 프리미엄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프리미엄 가전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도 자연스레 시장을 키우고 있다 . 프리미엄 가전은 최근까지 전체 판매량의 1% 수준에 불과했지만 삼성·LG전자가 프리미엄에 집중한 2015년 말부터 판매량은 빠르게 늘어났다. 현재는 전체 판매량의 3% 수준으로 매출 비중은 10%를 넘긴 상태다.

프리미엄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영업이익률도 덩달아 높아지는 추세다. LG전자는 1분기 12.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가전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6%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2.9%로 저조했지만 미국 신규 가전공장 가동으로 인한 비용 발생을 고려할 때 긍정적인 수치다.

제품군으로는 빌트인(Built-in·붙박이)이 대표적이다. 빌트인은 정체된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시장을 대신할 B2B(기업 간 거래)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세계 빌트인 시장은 약 450억 달러(약 50조원)로 추정된다. 빌트인 시장에서도 프리미엄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연평균 두 자리 수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주요 수익원으로 등극했다.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제조사들은 기존 브랜드와 차별화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마케팅 등 프로모션 비용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독일 밀레·보쉬, 미국 서브제로&울프, 모노그램 등 기존 프리미엄 업체와의 경쟁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내 프리미엄 빌트인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규모는 연간 1조원 정도인데 B2B 비중이 80%에 달한다. 이마저도 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은 10%를 밑돌아 수익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도 삼성·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확대하는 등 수익성 중심의 전략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양사는 가전 사업의 양적 확대와 질적 성장을 이끌어 브랜드 전체에 대한 신뢰도와 낙수효과를 누리겠단 전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은 기술은 물론이고 브랜드 이미지, 유통선과의 관계 등 다양한 환경이 필요하다"며 "제조사들은 쿠킹 쇼 등 럭셔리 행사 등으로 당장 많은 돈이 들고 수익이 안 나올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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