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암만 GM 총괄사장(가운데)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국GM 특별대책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암만 사장,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연합뉴스
댄 암만 GM 총괄사장(가운데)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국GM 특별대책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암만 사장,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연합뉴스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27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에 자금 지원을 약속하는 조건부투자확약서(LOC)를 발송하기로 했다. GM이 한국GM에 빌려준 대여금 27억달러(약 2조9100억원)를 출자전환하고, GM과 산은이 향후 10년간 43억5000만달러(약 4조7000억원)의 신규 자금(뉴머니)을 투입하는 게 요지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문턱까지 내몰렸던 한국GM이 경영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됐다는 분석이다. 26일 방한한 댄 암만 GM 총괄사장은 “한국GM이 수익을 내는 견고한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금 지원 협상 마무리 단계”

암만 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국GM특별대책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한국GM 구조조정과 관련해) 현재 대부분의 중요한 문제가 거의 마무리된 단계”라고 강조했다.

美 GM, 대여금 2.9조 출자전환… 산업銀과 '뉴머니' 4.7조원 투입
한국GM을 살리기 위한 ‘밑그림’은 신차 배정 등을 조건으로 한 자금 지원으로 요약된다. GM은 우선 한국GM에 차세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2종을 배정하기로 했다. 미래 먹거리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GM은 이어 한국GM에 준 대여금 27억달러를 차등 감자 없이 출자전환(빚을 자본금으로 전환하는 방식의 증자)하기로 했다. 한국GM은 자본잠식에서 벗어나 연간 1000억~2000억원씩 물던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산은의 지분율은 기존 17.02%와 비슷하게 유지된다. 또 GM의 한국GM에 대한 자산 20% 이상 매각 등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거부권(비토권)을 받기로 가닥을 잡았다. GM이 향후 10년간 지분(76.96%)을 팔지 않고 한국에 남아 있겠다는 내용을 담은 주주 간 계약도 다시 맺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GM과 산은은 향후 10년간 한국GM에 43억5000만달러의 ‘뉴머니’를 넣기로 합의했다. GM과 산은이 지분 비율대로 유상증자나 대여(대출) 등을 통해 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산은 몫은 7억5000만달러(약 8100억원)이다. 모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넣을 계획이다. 총 신규 자금 지원 규모는 당초 계획(3조원)보다 1조7000억원 늘어났다. 희망퇴직금(5000억원) 지급 등을 위한 긴급 단기자금 지원액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무너진 국내 영업망 복원이 관건

한국GM 노사는 이미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에 합의했다. 노동조합은 △기본급 동결 및 성과급 보류 △복리후생비 일부 축소 △추가 희망퇴직 시행 등의 자구안을 받아들였다. 노조는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이에 대한 찬반투표를 했다. 조합원 1만1987명 중 1만223명이 참여했고, 6880명(67.3%)이 찬성해 최종 가결됐다. 다만 군산공장에 남은 직원 680명 가운데 추가 희망퇴직 신청자는 30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두 달 넘게 이어진 한국GM 사태로 인해 무너진 영업망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게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한국GM의 지난달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반 토막 났다.

올 들어 전국 대리점 305곳 중 20곳은 폐업했다. 3400명에 달하던 영업사원도 2000여 명으로 줄었다. 3000여 곳에 달하는 협력업체들 역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어 긴급 지원이 불가피하다.

중장기적인 수익성 확보도 시급하다. 연간 50만 대 생산체제를 유지하겠다던 한국GM은 내년 생산계획을 37만 대로 줄여 잡은 상태다. 본사의 유럽 수출물량 축소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과 2021년 생산물량도 각각 연 44만 대에 그칠 전망이다. 연 50만 대 생산은 2022년부터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를 투입하고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향후 3년간 한국GM의 경영난이 한꺼번에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 경쟁력을 키우고 수익성을 강화해야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장창민/박신영/박종필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