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책임진 사람 없는 '생리대 파동'
지난해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논란으로 큰 피해를 본 깨끗한나라가 25일 충북 음성에서 조촐한 신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생리대와 기저귀, 물티슈 등 생활용품과 종이를 만드는 이 회사는 270억원을 들여 3만3000㎡(1만 평) 부지에 새 기저귀 공장을 지었다.

조촐할 수밖에 없었던 준공식은 지난 8월 생리대 논란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환경연대가 한 대학에 의뢰해 조사한 일회용 생리대의 방출물질 실험 결과,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제품에서 총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가장 많이 나왔다고 알려진 사건이다. 소비자들의 공포가 순식간에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져나갔다. 깨끗한나라는 환불하고, 생산과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해 9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중에 유통 중인 모든 생리대에서 나온 VOCs 검출량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낮은 수준”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릴리안에 면죄부를 준 발표였다. 그러나 이 발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깨끗한나라를 제외하면. 그만큼 상처는 컸다. 전체 시장에서 8% 이상 치고 올라섰던 ‘릴리안’ 생리대의 점유율은 현재 1% 안팎에 머물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도 추락했다. 일부 드러그스토어에선 지금도 해당 제품을 찾아볼 수 없다. 회사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막대한 피해를 입은 건 사실”이라며 “여성환경연대에 제기한 3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실제 피해액과 무관한 상징적인 숫자”라고 말했다.

물론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고 ‘생리불순’ 등의 부작용을 겪고 있다는 소비자들은 지금도 있다. 이런 논란에도 깨끗한나라는 다시 일어서려고 노력 중이다. 깨끗한나라는 음성 신공장에 생산 폐기물을 알약 형태로 압축 배출하는 신기술과 친환경 건축자재를 적극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생리대 신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유통업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해외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8개월이 흐른 지금,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생리대 유해성 논란은 마치 한여름밤 ‘악몽’처럼 이렇게 잊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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