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대한항공과의 유착 의혹이 있는 관세청을 대상으로 다음달 말부터 감사에 들어간다. 세관 공무원들이 밀수 혐의를 받고 있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게 편의를 봐준 대가로 술접대 등 향응을 받았거나 좌석 승급과 같은 편의를 제공받은 적이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따져본다는 계획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25일 “다음달 말 예비조사를 시작으로 관세청 감사에 들어가기로 했다”며 “세관 공무원과 한진그룹 오너 일가 간 유착 의혹을 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1개 과, 10여 명의 감사관을 투입할 방침이다. 관세청 직원의 비위가 확인되면 징계요구뿐만 아니라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익명으로 가입한 온라인 게시판에는 “회사에서 관세청 공무원을 정기적으로 접대했다”는 글이 여러 건 올라 있다. 인천세관 공무원에게 해외에서 몰래 반입한 고급 양주 등을 선물한 뒤 공항 출입 편의를 받았다는 것. 대한항공 사내 의전팀이 세관의 묵인 아래 공항 상주직원이나 위탁수하물 통로를 이용, 오너 일가의 개인 물품을 통관 절차 없이 들여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세관당국 직원들이 대한항공에 수시로 항공 관련 민원을 넣었으며 이 중에는 공짜로 좌석 업그레이드를 해달라는 부탁이 상당수였다는 증언 역시 나왔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세관 공무원은 형법상 배임 또는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감사원은 작년 6월 ‘면세사업자 선정 비리 의혹’과 관련, 관세청을 감사한 뒤 총 13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징계 대상자 중 4명은 천홍욱 전 청장을 포함한 고위직이었다.

앞서 관세청은 지난 23일부터 내부감사에 들어갔다. 자체 감찰을 통해 직원과 항공사 간 부적절한 접촉이 실제 있었는지 가리겠다는 것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대한항공과의 유착 혐의에 구체적인 정황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별도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역시 관세청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