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23일 성명을 내고 “반도체사업부를 계획대로 하루빨리 매각하겠다”고 공언했다. 도시바는 지난달 30일에도 “가능한 한 거래를 빨리 마무리할 것”이라는 성명을 내놨다. 20일 남짓한 기간에 두 차례나 성명을 낸 것은 그만큼 순조롭지 않은 매각 과정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매각 작업과 관련해 잡음이 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중국에서 매각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 등이 속한 ‘한미일연합’이 도시바를 인수하려면 반도체 사용이 많은 미국과 한국, 대만 등 8개국에서 시장 독점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중국이 관련 심사를 보류하면서 지난달 31일이었던 1차 매각 시한을 넘긴 데 이어 2차 시한인 다음달 1일까지도 매각이 이뤄지기 힘들어졌다.

도시바로서는 반도체사업 매각의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원자력사업 손실로 자금난을 겪던 도시바는 지난해 12월 6000억엔(약 5조9640억원) 규모 증자에 성공했다. 당장 급한 불은 끈 데다 설비투자를 위한 자금은 반도체사업부의 별도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독점 심사의 걸림돌인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미일연합’만으로 도시바를 인수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도시바는 23일 성명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매각 취소 등 대안을 결정한 바가 없다”며 지난해 9월 결정된 매각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시바가 매각 무산을 대비한 시나리오를 채권 은행들에 회람시켰다”고 보도하는 등 매각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