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한 뒤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해 복잡한 지배구조를 간소화하라고 요구했다.

엘리엇은 23일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한 요구안을 발표했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통해 지주사를 경쟁력 있는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로 재탄생시켜 지분구조를 효율적으로 간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엘리엇은 배당 확대 및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한 주주환원 규모 확대도 요구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모든 자사주를 소각하고, 기아자동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16.9%) 등의 적정 가치를 검토한 뒤 자산화해야 한다고 했다. 배당성향을 순이익의 40~50%로 확대하라는 구체적 요구도 내놨다. 또 다국적 회사 경험이 풍부한 사외이사 세 명을 추가로 선임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하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계열사들의 현대모비스 지분 23.3%를 사들여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일각에선 엘리엇이 2015년 삼성을 공격했던 것처럼 현대차그룹에 칼끝을 겨누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의 요구는 자신들이 사들인 현대모비스 지분 가치를 끌어올려 수익률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장창민/도병욱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