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산업은행이 한국GM에 대한 자금지원 방식을 놓고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한국GM 노사가 23일 자구계획에 잠정 합의하면서 노조와 사측이 맞붙었던 ‘1라운드’가 일단락되고 한국GM의 1, 2대주주가 주판알을 튕기는 ‘2라운드’가 시작됐다.

3조 신규자금 지원 놓고… GM-산업은행 '錢의 전쟁'
쟁점은 자금난에 처한 한국GM에 28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자금을 어떻게 지원하느냐다. GM과 산은은 지난 2월부터 한국GM이 본사에서 빌린 차입금 27억달러(약 2조9000억원)를 해결하는 방법과 28억달러 규모의 신규투자를 하는 방식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차입금 27억달러는 GM 본사가 출자전환(빚을 자본금으로 전환)해 해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렇게 되면 GM 본사의 지분율(현재 76.96%)은 약 99%가 되고 17.02%인 산은 지분율은 1% 아래로 떨어진다. 산은이 2대주주로서 한국GM의 경영을 견제할 기반을 잃는 문제가 생긴다. 산은은 GM 측에 차등감자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최소 20 대 1의 차등감자를 하면 출자전환 이후에도 GM과 산은의 지분 비율이 지금 수준으로 유지된다. 그런 다음 GM과 산은이 보유 지분대로 유상증자에 참여해 28억달러 규모의 신규자금을 한국GM에 투자하면 된다는 게 산은의 논리다.

GM은 차등감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빌려준 돈을 돌려받는 대신 출자전환을 했는데, 감자까지 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GM은 신규자금 투입을 위한 유상증자에 산은만 참여하고, GM은 신규대출을 하는 식으로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역제안했다. 보유 지분과 무관하게 GM이 2조원 이상을 한국GM에 대출하고, 산은이 5000억원가량을 유상증자하는 방식으로 지원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해도 GM과 산은의 지분율은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진다.

산은은 GM의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대출채권이 자본금보다 변제순위가 앞선다는 점을 감안한 제안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으로 한국GM이 다시 경영난에 빠지면 대출금 형식으로 자금을 투입한 GM 본사가 우선적으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서다.

한국GM 인천 부평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을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할지를 놓고도 정부와 GM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공장 증설 및 대규모 고용 창출 등이 이뤄져야 외국인투자지역이 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도병욱/박신영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