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열리는 남북한 정상회담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은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진다. 김 위원장은 회담을 앞두고 지난 20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5월 말 또는 6월 초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김정은의 북·미 정상회담 성패도 갈릴 전망이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연합뉴스
11년 만에 열리는 남북한 정상회담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은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진다. 김 위원장은 회담을 앞두고 지난 20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5월 말 또는 6월 초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김정은의 북·미 정상회담 성패도 갈릴 전망이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그동안 고수해 온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경제 발전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중단하고,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도 폐쇄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북한은 지난 20일 김정은 주재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결정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결정서엔 “주체107년(2018년) 4월21일부터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 “핵실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해 공화국 북부(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할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또 “우리 국가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핵실험 중단 관련 발표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남북한 및 국제 사회와의 합의 형식으로 발표해 왔다. 북한 최고 권력기구인 노동당 회의에서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북한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한반도의 봄’이 찾아올 것”이란 기대와 “북한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화 제스처를 취한 것일 뿐”이란 해석이 공존한다.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폐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향후 행보에 대해선 전망이 크게 엇갈린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덩샤오핑의 길을 따를 것”이란 긍정적 관측과 “1994년 제네바 합의를 비롯한 각종 비핵화 관련 약속을 어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부정적 우려가 혼재하고 있다.

김정은이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실험과 중장거리·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도 필요없게 됐다”고 말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병진노선과 핵무력 완성의 성공에 따른 것이란 내부 선전을 강화한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