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더는 실리콘밸리를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감탄했다. 이어 “정부는 마음껏 연구하고 사업할 수 있도록 혁신성장 생태계를 조성하고, 신기술·신제품 개발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기업현장 방문과 현장에서의 소통이 왜 중요한지를 일깨워준 장면이었다.

그러나 혁신성장 생태계 조성과 규제 완화가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면 대통령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는 지난해 9월 혁신성장 15대 주요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까지 대책을 만들고 올초부터 실행에 나설 방침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규제 완화 등 혁신성장 정책의 가시적 성과는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여당은 규제샌드박스 5개 법안을 발의했지만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동시에 통과시키자는 야당과 맞서고 있다. 규제프리존법은 규제샌드박스와 유사하지만 정부 여당은 이 법이 이전 정부의 정책인 데다 대기업 특혜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혁신성장 정책이 대기업을 배제하고 중소·벤처기업 지원과 스타트업 창업에 치우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신산업 육성과 기업환경 개선이라는 본질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이전 정부가 하던 사업이나 대기업 지원은 무조건 피하고 보자”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정책 대상에서 대기업을 배제하다 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양산되고 규제샌드박스 관련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조차 지원받으려면 이런저런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단서가 수두룩하다.

대통령 말대로 혁신성장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기업에 대한 편견부터 깨야 한다. 기업인과 노동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편 갈라 지원과 규제를 차별하려는 사고방식과 행태부터 바꿔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친노조’ 정책은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이면서 규제 완화는 이런저런 이유로 미적거린다면 기업들은 하나둘 해외로 떠나고 일자리 역시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