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한국GM 노사 교섭이 중단된 직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부터)과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부평공장에서 면담하고 있다. 한국GM 노사는 협상 시한 하루 전날인 22일까지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한국GM 노사 교섭이 중단된 직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부터)과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부평공장에서 면담하고 있다. 한국GM 노사는 협상 시한 하루 전날인 22일까지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한국GM 노사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데드라인’ 하루 전날인 22일까지 군산공장 직원 고용 및 복리후생 축소 문제를 놓고 막판 협상에 나섰다. 한국GM 이사회가 노사 협상 시한을 20일에서 23일로 사흘 늦춘 상태에서 노사는 22일 밤늦게 노조와 사측, 정부 관계자가 참석한 ‘5자 회동’을 열었다. 노사가 의견을 좁히는 데 성공하면 한국GM 사태의 가장 큰 장애물이 해소된다. 반면 23일 오후까지 노사 자구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한국GM은 이날 오후 8시에 이사회를 열어 법정관리 신청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교섭장에서 의자 집어 든 노조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는 당초 20일을 협상 시한으로 정했다. 한국GM은 오는 25일 사무직 직원 임금 300억원을, 27일에는 희망퇴직자 2500여 명에게 위로금 5000억원을 지급해야 하는데 본사 지원 없이는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 미국 GM 본사는 노사 자구안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한국GM은 부도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댄 암만 본사 총괄사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일까지 자구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한국GM 노사·정부 관계자 한밤 회동… 23일까지 합의 못하면 법정관리
데드라인을 넘긴 뒤에도 노사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한국GM은 협상 시한을 23일로 조정했다. 그런데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노사는 군산공장 직원 고용 및 복리후생 비용 축소 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지난 21일 교섭에서 군산공장 직원 680명을 대상으로 노사 합의 타결 전 추가 희망퇴직을 받고, 다른 공장으로 전환배치되지 못한 직원은 4년간 무급휴직을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사 합의 이후에 희망퇴직을 받고 무급휴직 기간을 5년 이상으로 하겠다던 기존 안에서 한발 물러섰다. 노조는 근로자 전원을 전환배치해야 한다고 맞섰다. 노조는 비공식 교섭에서는 무급휴직 대신 임금의 70%를 지급하는 유급휴직 기회를 줘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또 자녀 학자금 등 복리후생 비용(연 3000억원) 중 약 1000억원을 줄이자고 했지만 노조는 이미 기본급을 동결하고 성과급 지급을 보류하기로 ‘양보’한 만큼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맞섰다. 이날 교섭은 일부 노조 대표가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쪽으로 의자를 던지려고 집어 드는 과격행동을 하면서 30분 만에 중단됐다.

정부도 설득 나섰지만…

한국GM의 법정관리 신청이 임박하자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1일 교섭이 중단되자 한국GM 부평공장을 찾아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카젬 사장 등과 비공개 면담을 했다. 이 회장은 “노사 협상 타결은 정부와 산은 지원의 기본 전제”라며 “법정관리로 그간 모든 이해관계자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노조 집행부에도 면담을 신청했지만 노조는 거부했다. 22일에는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노조 집행부를 만나 “노사 모두가 양보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득했지만 노조는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출장 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사가 신속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협상이 타결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정부 관계자들이 GM 본사 측과 접촉해 물밑 조율을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팽팽하던 분위기는 22일 밤늦게 급변했다.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노조와 회사,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회의를 열자고 제안하면서다. 카젬 사장과 엥글 사장, 임한택 노조위원장, 이 차관, 홍 위원장 등이 참석한 5자 회동이 밤 10시부터 열렸다. 회동은 2시간 넘게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23일 노사 교섭 결과에 따라 법정관리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