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미(對美) 세탁기 수출액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2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대미 세탁기 수출액은 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500만달러)보다 45.4% 감소했다.

[팩트 체크] 세탁기 對美 수출액 반토막 진짜 이유
지난 2월7일 발동된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전업계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줄이고 미국 현지 생산량을 늘리면서 대미 수출액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이프가드 발동은 대미 수출액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중 국내에서 생산한 물량은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전량을 국내가 아니라 베트남, 태국 등지에서 생산한다. 올해 초부터 미국 뉴베리 가전공장 가동을 시작했지만 이는 국내 생산 물량을 이전한 게 아니라 이미 해외에서 생산하던 물량을 미국 생산으로 재조정한 것이다.

LG전자가 미국에 판매하는 세탁기 중 한국에서 생산하는 물량도 20%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지난 1분기 대미 세탁기 수출액이 급격하게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 등이 세이프가드 발동에 대비해 올해 필요한 물량까지 지난 연말에 당겨서 수출하는 등 지난해 선제적으로 물량 공세를 펼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미 세탁기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57.5% 늘어났다.

지난 1분기 국내산 세탁기의 세계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1% 줄었다. 글로벌 경쟁이 심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각종 무역 규제를 피하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해외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추세여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