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GS25 매장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상품을 계산하고 있다.  /GS25 제공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GS25 매장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상품을 계산하고 있다. /GS25 제공
편의점 GS25는 지난달 베트남에서 컵라면처럼 생긴 쌀국수 포띠뽀를 수입했다. GS25 매장에서 베트남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첫 시도였다. GS25가 국내 편의점 가운데 처음으로 올초 베트남에 출점한 이후 현지에 협력사 네트워크를 구축해 가능한 일이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열흘 만에 20만 개가 팔려 나갔다. 두 달 동안 팔 물량이었다. GS25 바이어가 현지로 날아가 추가 상품 확보에 나섰다. GS25는 포띠뽀 제조사 비폰으로부터 이 회사가 공급할 수 있는 최대치인 주당 13만 개를 들여오기로 했다.

국내 편의점들이 해외에 점포를 내기 시작하면서 과거 무역상사가 담당하던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상품은 수출을, 해외 상품은 한국으로 수입하는 창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무역상사 된 편의점 … 쌀국수 사오고 라면 수출
◆입점설명회에 베트남 기업 몰려

GS25는 포띠뽀와 비슷한 성공 사례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19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100여 개 현지 기업을 초청해 GS25 입점상담회를 열었다. 식품, 음료, 스낵 등 대부분이 식료품 기업이었다. 베트남 현지 식품업계 1위 에이스쿡, 유제품 1위 비나밀크, 과자 전문 기업 비비카 등도 상담회에 참가했다. GS25에서 김종수 GS리테일 가공식품부문장과 상품기획자(MD)들이, 베트남 GS25에서는 홍짱 최고경영자(CEO)와 윤주영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참석했다. 이날 참가 기업 중 20곳은 상품 샘플을 추가로 보내거나 별도의 바이어 미팅을 하기로 했다.

GS25가 베트남 상품을 국내로 들여오려는 이유는 차별화를 위해서다. 국내 편의점들은 다른 곳엔 팔지 않는 상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편의점이 너무 많아져 점포 수 경쟁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 GS25만 해도 국내 점포가 1만2000개를 넘는다. 숫자를 늘리지 않고 성장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안으로 편의점들은 ‘대박 상품’ 개발을 꼽는다.

베트남 식품은 국내에 다소 생소하지만 소비자 입맛엔 잘 맞는다는 평가가 많다.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에서 베트남 쌀국수의 매출 증가율이 최근 2년간 20%를 넘은 것만 봐도 그렇다. GS25는 쌀국수뿐 아니라 베트남 커피, 소스, 과자, 음료, 냉동식품 등도 들여오면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 편의점선 한국 상품 인기

GS25는 베트남 상품을 가져다 파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상품을 수출하는 역할도 확대하기로 했다. GS25는 베트남에 다섯 개 매장을 냈다. 10년 안에 2000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베트남 GS25 5개 점에선 국내 기업 제품이 대부분 매출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오뚜기 ‘오모리 부대찌개라면’, 팔도 ‘공화춘 자장면’ 등이다. GS25의 자체브랜드(PB) 유어스를 달고 베트남에 진출했다. 음료 스티키몬스터랩(SML, 제조사 썬퓨어), 버터갈릭팝콘(제이앤이), 인절미 과자(여리수) 등 중소기업 제품도 다수다.

GS25는 한국 제품을 베트남 시장에 수출하려면 베트남 제품 수입도 늘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방적으로 베트남에서 한국 물건만 팔아선 관계가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도 한국 기업, 그중에서도 편의점이나 마트가 과거 무역상사의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GS25의 입점상담회에 참가한 베트남 중소기업 지원 단체 리딩비즈니스클럽(LBC) 관계자는 “베트남 기업의 수출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인데 GS25가 수출의 가교 역할을 자처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이마트 등 GS25에 앞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비슷한 역할을 했다. 이마트는 작년 말 베트남 에이스쿡과 협업해 봉지라면 형태의 쌀국수 ‘피코크 포하노이’를 내놓은 바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