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을 즐기며 창의적인 맞춤형 교육이 가능한 수도권 일대 혁신초등학교 인근 주택으로 이사 오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남한산초교에 입학할 수 있는 경기 광주시 산성리 일대에 들어선 전원빌라.  /김형규 기자
전원생활을 즐기며 창의적인 맞춤형 교육이 가능한 수도권 일대 혁신초등학교 인근 주택으로 이사 오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남한산초교에 입학할 수 있는 경기 광주시 산성리 일대에 들어선 전원빌라. /김형규 기자
맞벌이 직장인 허효임 씨(41)는 2년 전 경기 과천에서 남편, 아이 둘과 함께 광주시 산성리로 이사 왔다. 남한산성을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산속 마을이다. 남한산성 안에 자리잡은 인기 혁신초등학교 남한산초교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서다. 전원생활을 만끽하면서 아이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어 ‘맹모(孟母)’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학교다. 허씨는 “일반 초등학교에 다니면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뭘 배웠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교사 학생 학부모가 서로 소통하는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남한산초교는 1912년 설립됐다. 2009년부터 시행된 혁신학교의 모델인 까닭에 지역 주민들은 ‘1호 혁신초’라고 부른다. 한 학년이 한 반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기준 6개 반, 165명의 학생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교사와 학생 간, 교사와 학부모 간 소통이 원활하다. 학부모들도 같은 교육 가치관을 공유하다 보니 활발하게 교류한다. 같은 반 아이의 부모가 어디 사는지, 언제 이사 왔는지까지도 다 알고 있다.

아파트 숲을 떠나온 지 2년째. 허씨와 아들은 둘 다 만족하고 있다. 5학년인 아들은 “작아서 좋다”고 대답했다. 작은 마을·학교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 있다는 게 허씨의 설명이다. 허씨는 “맑은 공기, 시원한 계곡, 푸른 녹음은 덤”이라며 “학생, 교사, 학부모 등이 서로 잘 아는 까닭에 전원생활이 도시보다 안전하다고 느끼는 주민이 많다”고 말했다.

◆맹모 불러모으는 전원 속 혁신초교

전원생활을 즐기며 창의적인 맞춤형 교육이 가능한 수도권 일대 혁신초등학교 인근 주택으로 이사 오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남한산초교에 입학할 수 있는 경기 광주시 산성리 일대에 들어선 단독주택.  /김형규 기자
전원생활을 즐기며 창의적인 맞춤형 교육이 가능한 수도권 일대 혁신초등학교 인근 주택으로 이사 오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남한산초교에 입학할 수 있는 경기 광주시 산성리 일대에 들어선 단독주택. /김형규 기자
경기도 곳곳에는 맹모들을 불러모으는 인기 혁신초교들이 있다. 광주시 남한산초교와 도수초교, 양평군의 서종초교 등이다. 그중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광주에 있는 혁신초교다. 산성리 검복리 불당리 등 남한산성 주변 마을에 살면 남한산초교에 다닐 수 있다. 인기 전원주택지인 퇴촌면에는 도수초교가 있다. 혁신초등학교는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혁신교육지원센터에 따르면 경기도의 혁신초교는 2015년 199개에서 지난달 293개로 증가했다.

광주 지역 혁신초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주로 전원 빌라에 거주한다. 이미 지어져 있는 건물이 많아 넓은 대지의 단독주택형 전원주택이 들어서기 힘들어서다. 도수초교 주변에는 연립주택이 15채 안팎 들어서 있다. 남한산초교 주변에는 ‘전원 빌라’ 형태의 다세대 주택 신축이 꾸준하다. 혁신초교를 찾아 이사 오는 맹모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전원 빌라는 관리가 편한 다세대 주택의 장점을 누리면서 계곡, 나무, 산 등 인근 녹지를 정원처럼 활용한다. 복숭아 농장, 텃밭 등을 공유하는 사례가 많다. 원하는 주민에게 농장을 일정 규모 분양하고, 경계를 나눠 농사를 짓는 것이다.

전원 빌라는 원주민이 이사 오는 맹모들을 위해 짓는 게 일반적이다. 원주민이 1층에 살고, 맹모들은 2~3층에 전세로 들어와 사는 경우가 많다. 인근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이들은 대부분 원주민이거나 자녀 교육과 무관한 이들이다.

산성리 일대 주택의 매매가격은 3.3㎡(평)당(공급면적 기준) 1000만원 수준이다. 성남 시내와 가까워서다. 110㎡가 3억원대다. 신축 전원 빌라 분양가(3억5000만원)와 별 차이가 없다. 3년 전 비슷한 규모의 빌라 분양가는 2억6000만원 수준이었다. 이보다 거리가 먼 검복리 전원 빌라 전세가는 3.3㎡당 400만~500만원, 불당리 전세가는 250만원 수준이다. 혁신초교 진학 수요가 꾸준해 전세가도 상승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는 유치원도 인기다. 검복리의 ‘남한산 숲 어린이집’은 광주 시내 거주민도 아이들을 보낸다. 어린이집 앞에 숲과 계곡이 있어 아이들이 자연의 품에서 성장할 수 있다. 남한산초교의 병설유치원보다 인기가 높다.

초등학생 학령 인구가 줄면서 혁신초교 입학 인원은 주는 추세다. 올해 남한산초교에 입학한 1학년 학생은 17명이다. 2~6학년 인원(25~30명)보다 적다. 이 학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홈페이지에 ‘전학 관련 상담을 받지 않고 있다’고 공지할 정도로 학급 인원이 많았지만 올해는 관련 공지를 없앴다.

◆미니멀 라이프에 적합

환상만 가지고 전원 빌라에 이주해선 안 된다는 게 지역 주민과 전문가의 조언이다. 남한산초교 인근 주택들은 남쪽으로는 검단산, 북쪽으로는 남한산 등을 끼고 있는 산속에 자리잡고 있다. 겨울에는 날이 추워 한 달 난방비만 40만원이 나오기도 한다. 낡은 집에 사는 주민은 연탄을 때 겨울을 난다. 여름엔 습기가 문제다. 곰팡이가 시도 때도 없이 피어난다. 고립된 생활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귀도(歸都)족’도 많다.

이 같은 불편함에도 혁신초교 인근 전원 빌라가 ‘스테디셀러’가 된 이유는 ‘미니멀 라이프’를 즐기기에 적합해서다. 미니멀 라이프는 절제하며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다. 김경래 OK시골 사장은 “자녀들을 자연 속에서 키우고 싶은 젊은 부부들이 주로 전원 빌라를 찾는다”며 “혁신초교의 교육 체계도 뛰어나 만족하는 이가 많다”고 설명했다.

경기 광주=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