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입찰가격만 3조3000억원에 달하는 5G(5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5G 주파수 경매는 내년 3월 세계 최초 5G 상용서비스를 앞두고 통신 3사가 맞붙는 첫 번째 전쟁터다. 데이터 송·수신 품질과 직결되는 ‘알짜’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한 각사의 피말리는 수싸움이 예상된다.

정부가 산정한 3조원대 최저 입찰가격과 관련해선 적정가격 논란이 일고 있다. 3사 모두 “최근 5G 주파수 경매를 끝낸 영국과 비교해 30배 이상 비싸다”며 “주파수 확보 비용이 너무 높아지면 향후 5G 투자 여력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5G 주파수 최저 입찰가 3兆… 英보다 31배 비싸
역대 최고 주파수 가격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9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5G 주파수 할당계획 공청회’를 열고 오는 6월 시행할 5G 주파수 경매에 내놓을 주파수 대역과 최저 입찰가격을 공개했다.

올해 주파수 경매에선 3.5기가헤르츠(㎓) 대역 280메가헤르츠(㎒)폭과 28㎓ 대역 2400㎒폭 등 총 2680㎒폭이 공급된다. 애초 300㎒폭 공급이 유력했던 3.5㎓ 대역에선 공공 주파수와의 혼·간섭 가능성이 있는 20㎒폭이 보호구역으로 설정돼 경매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저 입찰가격은 3.5㎓ 대역 280㎒폭이 2조6544억원, 28㎓ 대역 2400㎒폭이 6216억원 등 총 3조2760억원이다. 과거 세 차례 주파수 경매와 비교해 역대 최고치다. 이는 경매 시작가격일 뿐 경매가 과열되면 최종 낙찰가격은 4조원 또는 5조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주파수 경매 방식을 기존 단순 동시오름입찰(50라운드)에서 무기명 블록경매(CCA)로 바꿨다. CCA는 주파수 대역을 잘게 블록으로 쪼갠 뒤 ‘조합 입찰’이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다. 주파수 블록 개수와 위치까지 정해 입찰할 수 있다.

해외 대비 적정가 논란

통신회사들은 3조원대 최저 입찰가격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업계가 애초 예측한 2조원 안팎 규모와 차이가 너무 크다”며 “정부가 세수 확대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 세계 최초의 5G 주파수 경매를 끝낸 영국의 동일 대역 최저 입찰가격과 비교해도 한국의 5G 주파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국 정부가 내놓은 3.4㎓대역 최저 입찰가격을 ㎒당 가격으로 계산하면 3억원이다. 반면 한국은 3.5㎓ 대역의 ㎒당 가격이 94억8000만원으로 영국보다 31.6배 비싸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최저가 산정은 각국 시장상황과 경쟁 여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어 특정 국가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며 “과거 경매에 비해 늘어난 주파수 대역폭을 감안할 때 과도한 가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총량제한 놓고 신경전

정부는 경매 과열 방지와 특정 사업자의 주파수 독식을 막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3.5㎓ 대역(280㎒폭)에 낙찰폭 상한(총량 제한)을 둘 계획이다. 적정 상한폭을 놓고 3사 간 견해차가 크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적정 상한폭으로 120㎒폭을 제시했다. 타사보다 많은 가입자 수를 감안하면 최소 120㎒폭 확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을 견제하는 KT와 LG유플러스는 100㎒폭을 주장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공청회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경매계획을 확정한 뒤 다음달 초 주파수 할당 공고를 낼 계획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