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업체 코스온과 씨엔에프의 작년 매출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다른 ODM 회사인 코스메카코리아는 1800억원 넘는 매출을 기록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코스맥스 한국콜마에 이은 국내 2세대 화장품 ODM업체다.

이들은 최근 잇따라 공장 증설에 나서는 등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또 1세대와는 달리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스크팩 등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승부하거나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업체도 있다.
'K뷰티 열풍'에… 진화하는 2세대 화장품 ODM업체
◆한국콜마·아모레 나와 창업

2세대 화장품 ODM업체의 선두는 코스메카코리아다. ‘제2의 한국콜마’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콜마 초대 연구소장이었던 조임래 회장이 1999년 설립했다. 한국콜마에서 나와 태웅식품 계열사 태웅화장품에서 일하던 조 회장은 외환위기 때 회사가 어려워져 매각하려고 하자 공장을 인수했다. 태웅화장품 시절 직접 뽑은 직원들과 합심해 창사 20년 만에 연 매출 1800억원 규모의 기업을 일궜다.

코스메카코리아의 올해 매출 목표는 전년 대비 31% 증가한 2400억원. 이를 위해 공격적인 설비 투자에 나섰다. 작년 250억원에 이어 올해도 2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상반기엔 충북 음성 공장의 증설을 완료하고, 하반기엔 중국 자싱시 핑후에 신규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산 규모를 작년 2억4000만 개에서 올해 5억5000만 개(국내 3억1000만 개, 중국 2억4000만 개)로 두 배 이상 늘린다.

코스온도 작년 매출 1000억원대 기업에 합류했다. DVR 개발업체였던 코스온은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소 출신인 이동건 대표를 내세워 2013년 화장품 ODM업체로 변신했다. 아모레퍼시픽 등에 납품하는 데 성공, 매출이 급속도로 늘었다. 2013년 106억원이던 매출은 작년 1005억원으로 4년 만에 10배 성장했다. 코스온도 하반기 경기 오산에 제2공장을 완공한다. 중국에서도 올해 말 후저우에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코스온의 연산 규모는 국내 8700만 개, 중국 5400만 개다. 주요 중국 화장품 업체도 이 회사의 고객이다.

◆자체 브랜드 키우기도

아우딘퓨쳐스와 씨엔에프 등도 성장성 높은 화장품 ODM업체로 꼽힌다. 아모레퍼시픽 출신인 최영욱 대표가 창업한 아우딘퓨쳐스는 ODM업체이지만 자체 브랜드도 키우고 있다. 드러그스토어 올리브영을 통해 ‘네오젠’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각질제거 패드 제품 ‘바이오필 젠틀 거즈 필링’ 등이 네오젠의 히트 제품이다. 아우딘퓨쳐스도 이달 초 색조 화장품 제2공장 증설을 위해 오산의 공장 부지를 매입했다.

씨엔에프는 마스크팩 전문 ODM업체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마스크팩용 부직포 등 독자 소재를 개발해 대박을 쳤다. 작년 매출은 1472억원으로 2016년 754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작년 하반기 제2 공장을 완공, 생산량을 대폭 늘린 덕택이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업체들의 마스크팩도 씨엔에프 제품이 많다.

이들이 잇따라 증설에 나서는 이유는 중국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화장품 시장 성장률은 매년 20%에 달한다. 코스메카코리아 관계자는 “중국에서 K뷰티 인기가 높다”며 “특히 한국 화장품 제조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중국 내 한국 ODM업체 수주 물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고객사는 에스티로더 등 해외 화장품 브랜드는 물론 국내 아모레퍼시픽 등 대형사부터 브이티코스메틱 등 중견·중소 화장품업체까지 다양하다. 국내 한 중소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국내 중소 화장품업체들은 중소 화장품 ODM업체를 선호하는 편”이라며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대량 주문을 우선적으로 생산해주기 때문에 중소 화장품업체에 대한 대응이 상대적으로 느리다”고 설명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