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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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교과서에서 무역은 거래 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이다. 두 나라가 비교우위원리에 기반해 자유롭게 거래하고 그 결과 두 나라 모두 후생이 증가한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 무역은 이런 모델과 거리가 멀다. 지구와 화성 간 거리만큼이나 말이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제조업에서 비교우위를 가졌다. 기술 혁신과 자본 투자, 노동 생산성, 그리고 강력한 지식재산권 보호와 저렴한 에너지 덕분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전통적인 제조업을 지배하게 됐다. 2015년 기준으로 중국은 전 세계 자동차 생산의 28%를 차지한다. 선박은 41%, 냉장고는 50% 이상, TV는 60% 이상, 컴퓨터와 에어컨은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제조 2025’ 같은 중국 정부의 공식 문서에서 알 수 있듯 중국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블록체인, 로봇, 하이테크 선박 제조 같은 첨단 미래 산업도 지배하려 하고 있다. 이런 기술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에서 375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하루 10억달러꼴이다. 적자의 상당 부분은 중국이 제조업을 지배하는 탓이다. (중국이 대규모 무역흑자를 내면 위안화 가치가 오르고 그 결과 중국의 무역흑자가 줄어들어야 정상이지만) 경제학 교과서 모델과 달리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적자는 계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늘고 있다. 2002년 이후 누적 적자는 4조달러에 달한다.

왜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모델이 작동하지 않을까. 중국의 가짜 비교우위는 국가의 직접투자, 비(非)시장경제, 법치에 대한 무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도,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 강요가 문제의 근본 원인이다. 중국 기업들은 사이버 세계에서 광범위한 산업 스파이 활동을 비롯한 불법 행위 덕분에 해외 경쟁사보다 적은 비용으로 재빨리 혁신을 이룰 수 있다. 반면 해외 경쟁사들은 연구개발(R&D)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다.(결과적으로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하다.)

중국의 다른 경제적 공격도 중국의 가짜 비교우위에 도움을 주고 있다. 중국은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높은 관세 장벽을 세워놓고 있다. 중국이 수입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는 미국이 수입 차에 매기는 관세보다 10배나 높다. 중국은 까다로운 인허가 요건과 해외 소유 제한 같은 비관세 장벽도 갖고 있다. 이런 비관세 장벽은 해외 기업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중국은 해외 시장을 잠식하기 위해 국유기업과 국가의 금융 지원을 받는 기업에 값싼 토지와 자본을 제공하고 각종 수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준다. 중국은 무역흑자로 위안화 가치가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역사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하해왔다.

중국의 ‘밖으로 나가기’ 전략은 대체로 국부펀드를 활용한다. 중국은 세계 10대 국부펀드 중 3곳을 갖고 있다. 중국투자유한책임공사가 굴리는 돈만 1조달러에 육박한다. 중국 국부펀드는 미국의 혁신 기술을 사들이기 위해 실리콘밸리, 보스턴, 텍사스 오스틴처럼 첨단 기업이나 두뇌가 몰려 있는 지역을 샅샅이 뒤진다. 예컨대 중국 투자회사 시노베이션은 300개 가까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12억달러를 투자했다.

미국은 해외 자본을 환영하지만 중국은 순수한 경제적 목적보다 전략적·군사적 목적에 따라 미국 기업을 사들이면서 투자 프로세스(절차)를 왜곡한다. 하이테크 기업을 인수하면 종종 ‘스필오버 효과(부수 효과)’가 발생해 중국이 군사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부펀드는 종종 이런 이유로 (외국 기업을 인수할 때) 일반적인 시장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지급한다.

중국의 공격이 갖는 뻔뻔함은 때로는 숨이 막힐 정도다. 중국의 국유 원자력기업은 2006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80억달러 규모의 합작법인 설립안에 서명했다. 그 결과 핵심 기술인 AP1000 원자로를 비롯해 웨스팅하우스가 보유한 7만5000개 이상의 원자력 관련 문건이 중국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중국은 웨스팅하우스 본사 컴퓨터에 침입해 기술문서를 빼돌리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015년 중국은 웨스팅하우스 원자로의 복제품인 CAP1400을 짓기 위해 기공식을 했다. 오늘날 웨스팅하우스는 파산을 모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면 중국은 파키스탄과 루마니아에서 원자력발전소를 짓고 있고 아르헨티나, 영국, 이란에선 원전을 지을 예정이며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에선 원전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중국의 가짜 비교우위로 인한 가장 큰 위협은 세계 무역체제 그 자체다. 무역 규모가 큰 나라가 시장을 왜곡하는 행동을 하면 무역의 과실이 모든 무역 참가자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정하고 상호 호혜적인 자유무역의 이름으로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도와 불공정 무역에 대항해 싸우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노동자, 농부, (여러) 기업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중국의 공격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세계로부터도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다.

원제=China’s Faux Comparative Advantage

정리=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